며칠이 지나고 김대감은
반짝반짝 윤이나는 항아리를 하나만 들고
임금님이 계신다는 궁궐로 향했어.
행여나 항아리가 깨질세라 조심조심
몇 날 며칠이 걸려 한양에 도착했어.
"상감마마! 제가 아주 귀한 물건이 생겨
이렇게 달려왔습니다."
"귀한 물건이라고?"
"예, 이 항아리를 궁에 있는
보물 창고에 넣어두시면
나라가 풍성해지고 재물이 늘어나게 해주는
아주 신묘한 항아리라 하옵니다."
"아니, 그런 귀한 걸 가져왔느냐!
여봐라! 지금 당장 이 항아리를
궁궐 보물 창고에 잘 넣어 두거라!"
김 대감은 임금님에게 푸짐한 비단까지
보답으로 받아들이고 집으로 돌아왔어.
그리고 방에다 다른 항아리를 두고
밤낮으로 닦고 바라보았지.
청소하는 하인들도 방에 함부로 들이지 않았어.
“예끼! 곱분이 너는 거기서 무얼 하는 게냐!
왜 방을 기웃거리는 게냐?”
“나으리, 소인은 소재를 하려고 들른 참입니다요.”
“필요 없다! 내가 따로 부르기 전까지
이 방에는 얼씬도 하지 말거라!”
“아이고, 알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하인들은 방 근처를 지나기만 해도
불벼락이 떨어지기 일쑤였어.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밤이 깊은 새벽
김 대감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어.
그러고는 주위를 살펴보았어.
'자..... 이제 한번 시작해 볼까?'
김 대감은 굳은 마음을 먹은 듯
항아리 속으로 머리를 들이밀었어.
그러자 김 대감의 몸이 항아리 속으로
쑤욱 빨려 들어가지 뭐야?
김 대감이 다시 나온 곳은 궁궐의 보물 창고였어.
어둠이 눈에 익으면서 김 대감은
주변을 둘러보고 웃음을 참느라 입을 막았어.
'으하하하하하, 이제 나는 부자구나!'
그러고는 티나지 않게 보물을
조금씩 항아리에 담았어.
날이 밝아 오기 시작하자 김 대감은
다시 항아리에 머리를 쓰윽 넣었지.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어.
그리고 항아리에서 주섬주섬 보물을 꺼내어
병풍 뒤 상자에 담았어.
‘곱다 고와! 이 빛깔 봐라!
이 보물들이 이제 모두 다 내 것이로구나!’
그렇게 김 대감의 밤 나들이는 잦아졌어.
자연스럽게 낮에는 잠을 자느라
항아리를 예전처럼 닦고 살피지 않았지.
김 대감이 한 번씩 드나들 때마다
항아리에는 미세하게 금이 가기 시작했어.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절대로 안 된다네!'
농부가 알려주었지만, 욕심에 눈이 먼 김 대감은
그런 당부는 기억도 나지 않았고
항아리에 금이 가는 것도 몰랐어.
금은 조금씩 조금씩 더 생기기 시작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