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동굴을 만들어 나를 가둔 채
빛 바람소리 그리운 풀 냄새
모두 다 차단해 버린 채 허물을 벗어
나 자신을 다 부수고 나왔을 때
한 소년이 날 지켜보며 실망하네
아, 뭐야 이건, 나비가 아닌 나방이잖아
어눌한 색 처져있는 너의 날개는 볼품없구나
예쁜 무늬 화려한 나비를 오래 기다려 왔는데
일그러지고 못생긴 너의 무늬는 혐오스러워
긴 시간을 기다린 보람이 하나 없구나
소년아 나는 인내 속에 내 몸을 부수고 어른이 됐지
나의 날개는 나의 허물을 스스로 깨고 나왔지
나의 날개는 남의 환심을 구걸하지는 않아
나방이어도 괜찮아
나의 날개는 활짝 펴지지
멋대로 실망해도 나의 날개는 바람을 부르지
나방이어도 괜찮아
나의 날개는 나의 의지지
멋대로 내 맘대로 나의 하늘을 찾아서
밤 별 고요를 벗 삼아
어둠을 가르는
보잘것 없는 날개의
나방이어도 괜찮아
나의 하늘은 아름다운걸
나의 의질 펼치면
바람과 춤추지
나방이어도 괜찮아
네 멋대로 제단 한다 해도
나는 그저 나일뿐
뭐라 불리든
소년아 네게 씌워진 허물을 벗어던지렴
멋대로 씌어놓은 허물 따위 찢어버렸을 때
남들이 이렇궁 저렇궁 평가질 너를 제단 할 거야
찢어 버려 날개를 펴
멋진 무늬 따위는 개나 줘 버려
혐오의 날개를 기꺼이 달고
너의 빛을 찾아 날아올라라
꺼져 버려 그따위 잣댄
역겨운 편협함을 들이대는가
혐오의 날개를 기꺼이 달고
너의 하늘 위로 날아올라라
져버려 타인에 기대
자신의 기준을 스스로 만들어
내가 날 알게 됐을 때 나는
나방이어도 좋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