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조차 가로막은
검은 수직선들
그 그림자에 삼켜진
나의 생명
붉은 태양 앞에
검게 서 있는 수직선 사이로
새가 날아간다
검은 수직선
비둘기조차 쉴 수 없는
반듯한 선
검은 수직선들이
풍경을 덮었네
봉우리에 올라가면
이것조차 작아 보일 테지만
그곳은 우리가 머물 곳이 아니야
모든 오물은
아래로 아래로
모든 가난도
아래로 아래로
높은 탑이 있어
네가 절대 닿을 수 없는
우울한 이야기들만이
내게 남아 있네
네가 절대 닿을 수 없고
네가 절대 속할 수 없는
네가 절대 만질 수 없는
높은 탑이 있어
인생은 그 모든
어리석음을 되풀이하는 연극 같아
내 기억 속에서
남아있는 너를 보며 물었어
높은 탑이 있어
네가 절대 닿을 수 없는
슬픈 노래만이 너를 맞이하네
네가 절대 쌓을 수 없고
네가 절대 기댈 수 없는
네가 절대 느낄 수 없는
높은 탑이 있어
인생은 그 모든
어리석음을 되풀이하는 연극 같아
내 기억 속에서
남아있는 너를 보며 외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