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집으로 돌아가야지
요즘에는 해가 참 빨리도 넘어가
아직 갈 길이 먼데 터벅터벅 걸어가야지
지하철을 타러 가 억지로 몸을 구겨 넣어
일정하게 늘어선 네모난 틀 안에 구겨져 얽힌 인생들
이걸 내려다보면 가공육을 만들어 내는 과정과 얼추 비슷하네
그럼 난 햄이나 어묵 같은 데에 있는 점 같은 거겠네
그게 초라한가 싶지만 그렇게 보이기라도 하면 행복하겠네
익숙해진 거지 뭐 사는데 필요하다는 공식을 암기해
좋아하는 걸 하는 건 안돼도 찾아봐, 덜 싫어하는 걸
주변에선 철들었다 하는데
들긴 뭘 들어 이미 다 내려놨는데
내 청춘을 반으로 나눈 후에
반은 버리고 불필요한 반을 들고 사는 것 같아
무표정한 지하철 문이 열리고 인파에 떠밀리네
가서 할 일 많은데 버스는 또 밀리네
퇴근하면 다가 아닌데
이 시간이 너무 짧아 내겐
하고 싶은 게 좀 더 많은데
꿈꿔온 건 이게 아닌데
일주일이 맨날 뻔해 비운의 가수처럼 일, 집
밖에 없는 일상 퇴근 후엔 집에 일찍
술자리 들르란 연락엔 땀이 삐질
적당히 둘러대고 빨리 집 가서 쉬고 싶지
'10년만 젊었어도'라는 말이 이제
이해가 되기 시작해 확실히 아저씨네
하루가 길던 돈 없고 시간 많은 이십 대
반대가 되니 차라리 그때가 훨씬 낫다 싶게
시간이 남아도 좁은 느낌
취미생활도 좋지만 일단 눕기
몇 시간도 했던 게임보단 그냥 웃긴
영상 실컷 보는 게 쉬는 거지 어중띈
여가시간 꿈꾸던 일을 주섬주섬 꺼내 몇 십분 꼼지락
십 대 때의 열정 떠올리며 억지로 즐겨보지만
늘 세워둔 계획은 침대 앞에서 무너져
자기 전 이불 덮고 보는 쇼츠가 명불허전
퇴근하면 다가 아닌데
이 시간이 너무 짧아 내겐
하고 싶은 게 좀 더 많은데
꿈꿔온 건 이게 아닌데
오늘도 집으로 돌아가야지
요즘에는 해가 참 빨리도 넘어가
아직 갈 길이 먼데 터벅터벅 걸어가야지
지하철을 타러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