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멀리 도망가고 싶지 않니
아무도 너의 그늘을 바라지 않는 곳으로
초록 따위 없는 세상으로
어느새
키도 몸집도 커져 버렸고
뿌리는 마음속 깊숙히 자라나 버려
이젠 도망갈 수도 없게 됐네
시간이 지나면
어른이 된다면
전부 괜찮아질 줄만 알았는데
가녀린 손목엔
짙은 나이테만 늘어가네
있잖아
내가 너의 숲이 되어줄게
울창하고 푸르른 숲이 되어줄 테니
너 하나쯤은 도망가도 돼
시간이 지나면
어른이 된다면
전부 괜찮아질 줄만 알았는데
가녀린 손목엔
짙은 나이테만 늘어가네
괜찮아
전부 시들어버린대도
꽃에 아무리 물을 줘도 시드는 것은
그저 시간이 흘러서야
나무야 도망가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