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여름+폐허가 된다 해도
이승윤
앨범 : LEE SEUNG YOON CONCERT [DOCKING : LIFTOFF] LIVE ALBUM
작사 : 최지인, 이승윤
작곡 : 이승윤
편곡 : 이승윤, 고히, 복다진, 송현우, 이정원, 조희원, 지용희
이놈의 집구석
넌더리가 난다고 했던
주말 오후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끝나기만 기다렸다
어머니가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귀를 막았다
그 해 여름 어머닌
지나치게 일을 많이 해서
이룬 게 거의 없었다
슬픈 마음이
안 슬픈 마음이
될 때까지 난
슬플 때마다
슬프다고 말했다
나는 동급생들과
아파트 단지를 뛰어다녔다
자전거를 훔쳐 타고
슬프다 슬펐다
언덕을 오르내렸다
페달을 쉬지 않고 밟았다
옳다고 믿었던 건
옳지 않은 것뿐이었다
슬픈 마음이
안 슬픈 마음이
될 때까지 난
슬플 때마다
슬프다고 말했다
어머니도 한때는 무용수였다
난 종종 무대에서 춤추는
어머니를 떠올렸다
어머니는 땀을 뻘뻘 흘리며
팔과 다리를 길게 뻗었고
나는 시시한 이야길 지어낸 셈이다
슬픈 마음이
안 슬픈 마음이
될 때까지 난
슬플 때마다
슬프다고 말했다
저 허름한 폐가에서도
사랑이 있었겠지
폐허가 된다 해도
나는 너를 너를 너를
이제는 읽을 수가 없는
옛 글자들처럼
발음을 잃어버린대도
나는 너를 너를
서기가 영원해도
난 마지막 나야
시간이 버릴 때까지 난
너로 가득 흐를 거야
소멸해 버릴 진실은
거짓말인 걸까
시간은 나 역시
부숴 버리겠지 결국
어차피 사라져 버린다면
아무도 믿지 않을
거짓말쟁이가 된대도
나는 너를 너를
서기가 영원해도
난 마지막 나야
시간이 버릴 때까지 난
난 나라는 시대의 처음과 끝이야
난 나라는 인류의 기원과 종말이야
넌 나라는 마음의 유일한 무덤이야
넌 나라는 시계의 마지막 시침이야
난 나라는 우주의 빅뱅과 블랙홀이야
난 나라는 신화의 실체와 허구야
난 너의 이름을 닮은 집을 지을 거야
폐허가 된대도 나는 너를 너를
서기가 영원해도
넌 마지막 나야
시간이 버릴 때까지 난
너로 가득 흐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