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지워지는 발자욱
빛바래져 버린
보라색 우산
널 품고 있는
작은 조각들
밤 그늘 아래
두 사람
뺨을 만지며
인사를 건네던
애써 웃음 짓던
너의
잘 지내야 해
떨리는 입술도
이젠
아무렇지 않아서
다 놓고 온 줄
알았던 것들
참 눈부셨던
그때의 우리
뒤돌아서는
슬픈 그림자
너를 잡았다면
행복했을까
흑백 사진 속의
너와 나
창틈을 헤집던
궂은 날씨도
널 안기 위한
핑계였을 뿐
가자 어디로든
둘이서
네게 건넸던
수많은 용기들
모두 잊은 걸까
혹시
이런 나라도
좋은 기억일까
이젠
아무렇지 않아서
다 잊은 줄만
알았던 날들
참 서툴렀던
그때의 우린
어리지만은
않았었나 봐
아직 이렇게나
아려 오니까
함께였던 옛 사진 속
긴 생각에 잠기는 맘
어느덧 찾아오는
새벽은 날
그때로 다시
데려가는데
더는
아무렇지 않은 척
붉어지는 눈을
감는다
다 잊을 거라
다짐했는데
늘 하지 못한
말이 생기는
쳇바퀴 같은
내 하루의 끝
그저
너로 가득한
이 노래가
네게 닿는 날
그땐 정말 널
찾지 않을게
더 불러 봐도
채워지지 않을
텅 비어 버린
마음 한켠에
널 기다리며
이 노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