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차다
솔바람 춤추는 키 큰 나무
나뭇잎 소리도 차다
갈증을 덜던 그 소리,
그 소리마저 차가워진
오늘 아침
잠시 귀를 열어 본다
햇살 내리쬐는
길가에 앉아
가슴을 열어 본다
눈을 감아 본다
햇살의 소리가 들려온다
감은 눈 안 아지랑이가
피어 오른다
멈춘 나뭇잎의 춤사위
그 찰나, 내 숨소리가
들려온다
내 숨소리가 스며든다
들이는 숨, 내쉬는 숨
들이는 숨, 내쉬는 숨
그렇게 가을과
나는 하나가 되어 간다
지나온 계절과
다가올 계절의
경계에 서 있는 나.
그대로이길 바라지만
달라지기도 바라는 나.
가을과 같은 나,
나와 같은 가을,
난 그렇게
가을의 남자가 되었다
다시 불어 온 바람
속삭이듯
나에게 말해준다
차가운 겨울이 와도,
난 두렵지 않다고
가을 남자는 그렇게
자릴 털고 일어나
다시 걸어간다
가을 남자는 그렇게
자릴 털고 일어나
다시 살아간다
가을 남자는 그렇게
걸어간다
가을 남자는 그렇게
살아간다
들이는 숨, 내쉬는 숨
들이는 숨, 내쉬는 숨
들이는 숨, 내쉬는 숨
그렇게 가을 좀
탈 줄 아는 남자가 되었다
가을 남자는 그렇게
자릴 털고 일어나
다시 걸어간다
가을 남자는 그렇게
자릴 털고 일어나
다시 살아간다
가을 남자는 그렇게
걸어간다
가을 남자는 그렇게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