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가진지 어느새 십년
그런데 하루하루 전화가 안 와
등록 건수 그럭저럭 늘었는데
친구아닌 그냥아는 사람들만 가득해
새로 나온 핸드폰 한번 사봤어
아직까지 완벽하게 사용도 못해봤어
영상통화라니 뭐에 쓰는 건가요
컬러링 바꿔도 누구 하나 몰라주는데
착신내역에는
엄마 부장 엄마 엄마 엄마
어제 새벽3시에는
발신자 표시금지
그러다 지하철에서만
부르 부르르
여보세요
또 엄마야
문자를 보며 실실 웃는
저 여자가 짜증나
애인 사진 정신 팔린
저 남자들도 짜증나
핸드폰번호는 계속 똑같았는데
이건 그냥 카메라
기능 있는 알람시계야
핸드폰을 집에다
깜빡하고 두고 왔어
전화라도 올까봐
안절부절 못하고
10분에 한번씩 회사에서
자동응답서비스를
하루 종일 확인해
신규 메시지는 없습니다
지난 주말 받아온
나이트 명함 위에
번호마저 사랑스런
그녀의 휴대폰에
무리해서 이모티콘 섞은 문자 전송
돌아온 문자는
실례지만 누구세요
착신내역에는
엄마 부장 엄마 엄마 엄마
가끔은 이상한 광고하는
불법전화야
맨날 운전하는 중에
부르 부르르
여보세요
또 엄마야
어느새 경찰차가
내 차 뒤를 바짝 쫓아오는데
어머니는 무슨 일이 난거냐고
캐물으시고
이럴거면 핸드폰 따윈
없는 편이 낫다
벨소리나 재생해서 혼자서 듣기도 해
착신내역에는
엄마 부장 엄마 엄마 엄마
아주 가끔 발신번호표시 불가야
두근두근 뭔가 기쁜 마음에
받아봤더니
누구세요
여보세요
오빠 나야
옛날에 나 좋다고 쫓아다닌
그때 그여자
이제 겨우 마음 잡고
잊고 살던 그때 그여자
이럴거면 핸드폰 따윈
없는 편이 낫다
이건 그냥 카메라
기능있는 알람시계야
문자를 보며
실실 웃는 저 여자가 짜증나
통화할인 서비스 따윈
나는 필요없어
차라리 핸드폰 따위
없는 편이 낫다
더 이상은 나오지도 말아
신기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