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들기

최진실

그를 만났습니다
볼펜 세자루 머리리본 한개를 선물받고
여왕이라도 된 듯 행복해졌습니다
며칠째 계속되던 요즘
그를 향한 그리움이었음을
오늘에서 느낀만큼 전 바보에요

하지만 그 앞에선 청기어린 소녀이고 싶고
성숙한 여인이고 싶습니다
그는 날 꼬마라 불러요
그와 내가 처음 맞이했던 하얀 겨울날
하얀 군복을 입은 그는
삽겹살을 못먹는다는 나를 보며
웃었습니다

삼겹살 먹는 걸 가르쳐주겠다는 게
그가 만나자는 이유였으니까요
그는 나에게 있어 선생님이었습니다
순대국먹기, 맥주마시기, 엽서쓰기
하나하나를 그에게서 배워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사랑을
그만을 위한 사랑을
배우고야 말았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28살의 어른이라고 합니다
그는 남자답게 넓고 따스한 가슴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전 그가 15살짜리 소년같다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반짝이는 눈, 싱그러운 미소, 장난기 가득한 열손가락
그는 그런 사람이에요
때론 7살난 어른 아이같고
가끔은 20살박이 청년이다가
어느날은 으젓한 아저씨거든요

전 아직까지 사랑한다고 고백해 본 적은 없어요
잘 모르기 때문이죠
제가 알고 있는건
제가 가진 모든 걸 주고 싶고
그의 웃는 얼굴에서 행복함을 느끼고
너무나 자주 그가 보고 싶을뿐입니다

뒤축이 닳은 그의 구두에 가슴이 아프고
용돈이 생기면 그가 언젠가 사고 싶던
책이름을 기억해 내고 싶고
피곤에 지쳐 버스에 몸을 싣는 그에게
내 점심값으로 택시를 잡아주고 싶습니다
그저 그뿐이에요

그치만 또하나 고백한다면 왜인지는 모르지만
그를 생각하노라면 항상 떠오르는 두글자가 바로
사랑이라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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