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만든 지도 어느덧 10년이 됐지만
10주년 기념 앨범 따위는 낼 수가 없지
왜냐면 난 듣보잡이니까 내가 괴로워하던
음악을 하던 말던 사람들은 아무런 관심도 없어
나아지는 게 없다고 느껴 공허함의 수렁은 더욱 깊어져
더 이상 아름다움이 없어
언제부턴가 희망이란 걸 품을수록 그게 날 죽여
공허한 내 맘을 달랠 길은 이것뿐인데 때론
아무것도 위로가 되질 않아
난독증 걸린 인간들이 무시하며 병신취급하면
아무것도 아닌게 되버리지
날 시덥잖은 놈으로 만드려고 작정한 것만 같은 세상
아픈 맘을 끌어안고 기억에만 의지한 채
또 맞아야만 할 좌절의 고통
*누구보다 우직하게 앞으로도 늘 그렇게
보석같은 본질은 훼손되지 않아
언젠간 빛을 발하리라 난 그렇게 믿으리라
SV on the GRmuzik Party Tonight Baby
나에게 이런 고뇌의 시간이 오래
주어질거라 생각하진 않았는데
그래 나도 매번 이런 말이나 늘어놓고 싶진 않아
근데 내 맘이 안 기쁜데 어떻게 밝은 노래가 나오겠냐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뮤지션이 음악을 그만두는 게
슬프지만 함부로 만류할 순 없어 어쩌면 그건
이 괴로운 나선을 벗어나는 걸지도
뭐가 정답이고 틀린거란 건 없어 다만 아직도
결국 난 여기 있어
일견 의미 없어 보이는 시간 난 시지프처럼 바위를 굴려 올렸다
그 누가 그걸 쓸데없는 짓이라 니 인생 끝났다
비웃으려해도 이게 바로 내 삶, 존재의 의의다
바위가 굴러 떨어지면 또 다시 올려놔 그게 내 길이다
*
불과 몇년 사이 날 설레게 하던 많은 것들이 사라졌지
난 별로 변한 게 없는데 어느새 서른 즈음에
힘들어하지 않게 자제하고 싶어진 기대
한 해를 또 보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뭔가 있겠지 이번엔 다르겠지
그 시덥잖은 모든 것들이 반복적으로 날 스쳐
흘러간 뒤 또 지금 여전히
가진 게 없으니 잃을 것도 없지
바닥에 있으니 올라갈 것만 생각하면 되지
삶의 유지 그 이상의 의미가 없는 삶이란 참 서글프지
GRmuzik Acid-K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SV Logic
목표의 상실없이 지켜내야 할 의지 마치 독짓는 늙은이와 같이
*
방송에 내보내줄
이거 좋은 음반이라고 소개해줄 사람 아무도 없어도..
실망을 하던 희망을 갖던 계기가 되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