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날

녹우

온종일 우두커니 창가에 앉아 그대를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오늘은 어느 하늘 어느 곳에서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창밖에 버드나무 머릿결은 바람의 손길 따라 흔들리는데
오늘은 어느 하늘 어느 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사랑이 떠나버린 어느 가을날 황량한 들녘 같은 나의 마음을
어떻게 그대에게 전해주려는지 어떻게 이 노래를 들려줘야 하는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네.

봄바람도 내 마음을 달래지 못해 내 사랑 빈 정원에 꽃을 심는다.
오늘은 어느 하늘 어느 곳에서 그대도 꽃을 심고 있을까

어긋난 인연인 줄 알고 있지만 자꾸만 돌아가려 하는 마음을
어떻게 달래주며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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