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

김영호

한줄기 빛도 없는 어둠 속에
난 이렇게 홀로 서 있다
세상이 모두 내 것이기만을
바랬고
야수처럼 집어 삼키기만을
반복했던 내 삶은
결국 이렇게 어둠 속에
서 있을 뿐이다
거울 속의 난 내게 묻고 있다
넌 누구냐고
난 거울 속의 나에게 대답한다
난 바람이라고
그래 난 바람처럼 살고 싶었다
그 무엇도 날 가둘 수 없고 그
어느 곳에도 머무르지 않는
바람이고 싶었다
난 다시 거울 속의 내게 물어본다
바람은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지를
거울 속의 난 이렇게 대답한다
모든 것은 지나 갈 테고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소중한 건 모두 어디 갔을까
내 곁에는 아무도 없네
많은 걸 가졌다 생각했지만 결국
상처만 남아
돌아갈 수 있을까 너무
멀어진 건 아닐까
바람이 불면 날 비워줄까 빗물이
나를 씻겨 줄까
나의 한숨과 나의 욕심들 모두
태울 수 있다면
바람이 불면 날 데려갈까 빗물이
나를 잠재워줄까
바람이 불면 날 데려갈까 빗물이
나를 잠재워줄까
바람이 불면 날 데려갈까 빗물이
나를 잠재워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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