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길을 오며가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음, 언제부턴가 나는 사람
사람이 남 일 같지가 않아서
자꾸만 말을 걸고 싶어지는 거예요
그래도 낯선 사람이
무작정 말을 걸 순 없으니
그저 빤히 바라보고 맙니다
안녕하세요 어디가세요
조금 피곤해 보이네요
이렇게 대뜸 말을 걸 순 없어서
쳐다보고 말았네요, 미안해
쳐다보고 말았네요
말을 건넬 뻔 하다가
쳐다보고 말았네요, 미안해요
바라보고 말았네요
남 같지가 않아서
슬픔이 슬픔을 알아채듯
당신의 슬픔을 알 것 같아요
기쁨이 또 다른 기쁨을
불러오듯 우리
나누면 좋겠는데요.
많이 힘들지
오늘은 좋아 보인다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이렇게 뻔한 말을 할 순 없어서
쳐다보고 말았네요
미안해
쳐다보고 말았네요
말을 건넬 뻔 하다가
쳐다보고 말았네요
수줍은 내 맘 어쩌나
바라보고 말았네요
남 같지 않아서
소녀들의 수다를 바라보네
아주머니의 한숨을 들여다 보았네
할아버지의 어깨를
주름을, 목덜미를
아저씨의 낡은 구두를
한 번 두 번, 또 한 번
쳐다보고 말았네요
아름다운 당신을요
쳐다보고 말았네요
사랑스러운 당신을
바라보고 말았네요
눈 마주치면 우리 웃어요
쳐다보고 말았네요
반가운 마음으로
말을 걸 순 없어서
남 같지가 않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