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쥔 것보다
가슴에 쥔 게 많은 이 현실 속에 아직도 살아
내 삶이 니 삶보다 부족하게 보이겠지만
니 삶이 내 삶보다 가득하진 않어
세월은 거스를 수 없겠지만
난 이 흐름을 거부하지도 않으며
말없이 지쳐 보인 나를 안았고
소주 병까지도 불투명해 보인 날이 많아도
마시고 또 치워
꺼질 불꽃을 피워
곧 죽을 사람의 소망이 못 먹은 밥이
아니기를 새우잠을 자면서 빌어
내다 버린 젊음을 하루 더 죽이고
배보다 영혼이 굶주리면
그걸로 됐어 누릴 거 다 누리던
과거에겐 미안해
형은 멋진 어른은 못 됐어
어쩌면 20대가 좆됐어
뻔한 말 집어쳐 돌아간다면
열심히 했을 거라던 후회로 가득한 놈들의
말들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난 죽어줘야 해 깔끔하게
아직도 못되겠지 난 말끔하게
차려입은 주말 밤의 쌔끈한 오빠는
사실 되고 싶지도 않았고
기억도 못 할 사랑은
원하지도 않았어 아직도
손에 쥔 것보다
가슴에 쥔 게 많은 이 현실 속에서 살고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몰라서 오늘도
야위어가는 목을 졸라
손에 쥔 것보다
가슴에 쥔 게 많은 이 현실 속에 아직도 살아
내 삶이 니 삶보단 부족하게 보이겠지만
니 삶이 내 삶보단 행복하진 않아
여전하게도 뚜벅거리고
쌓인 술 병을 몰아 버리고
붉은 번화가에서 건들거리던
하얘져가는 아침은 기억도 안 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