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슬픔, 한 잔이
오래도록 창가에 쓸쓸히 기대어 있네.
나는 문 뒤에 서서 그대가 아직 떠나지 않은 것처럼.
옛 곳을 다시 걸어 보지만, 달이 둥글어 더욱 적막할 뿐.
깊은 밤 맑은 촛불도 차마 날 비난할 수 없어.
정처없는 방랑. 하늘 끝까지 떠돌아 봐도 어쩔 수가 없어.
그대가 떠난 뒤로, 술을 데우고 추억을 그리며 여위어갑니다.
물이 동으로만 흐르는데 시간을 어찌 훔칠 수 있을까요.
꽃은 일순간 만개하니 난 놓치고 마네.
그 누가 비파로 동풍파 한곡을 타는가요.
세월이 담위에 벗겨 떨어지며 어린시절을 돌아보네요.
그땐 우리모두 너무 어렸다는 걸 아직 기억하고 있어요.
이렇게 거문고 소리가 유유히 흩어지는데
나의 기다림을 그대는 들어본 적이 없는지.
그 누가 비파로 동풍파 한곡을 타는가요.
낙엽이 옛이야기를 물들이고 결국 난 깨닫네.
울타리밖의 옛길을 그대와 함께 거닐었는데,
잡초만 무성한 황폐한 세월과 우리의 이별마저도 침묵을 지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