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잃고 탄식〜방아타령

정회석, 고수 조용복
앨범 : 정회석 보성소리 강산제 심청가 완창

[아니리]
모욕을 허고 수변에 나와 의관, 의복을 입으랴 할 제, 무지한 도적놈이 심봉사  의복을 도적질해 가부렀구나. “아니, 내가 금방 여기다 옷을 벗어놨는디 어디를 갔어? 바람에 날려갔나? 오호, 지팽이는 여가 있는디.” 누가 농한 줄로만 알고, “거, 봉사하고 농이라니? 어서 옷 가져와!” 아무리 부르고 찾은들 도적맞은 옷을 찾을 수가 있겠느냐? 심봉사 기가 막혀, 거기서 또 한 바탕 울음을 우는디,
[중모리]
“허허, 이제는 영 죽었네. 허허, 이제는 꼭 죽었네. 불볕 같은 이 더위에 위아래를  벗었으니, 굶어서도 죽을 테요, 뜨거서도 죽겄구나. 네 무지한 도적놈아. 내 의복 가져오너라! 봉사 것 돌라가면 열두 대 떼봉사 난단다. 내 의복 가져오너라! 귀머거리, 앉은뱅이 날보담은 상팔자라. 일월이 밝았어도 동서분별을 내 못하니, 살아 있는 내 팔자야. 모진 목숨 죽지도 않고, 내가 이 지경이 웬 일인고?” 죽어도 양반이라 체면은 있는지라. “내 앞에 부인 오시거든 저리 돌아서 가시오! 나 어쩌다 훨씬 벗었소. 백수풍신 늙은 몸이 이 지경이 웬 일이냐?”
[아니리]
이렇듯 탄식을 헐 제, 그 때 마침 무릉 태수가 지내노라고, 에이 찌루! 허! 에이 찌루! 벽제 소리가 요란하구나. ‘옳다, 내가 인자 살았다. 관은 민지부모라. 내가 저 관장에게 떼나 한번 써보리라.’ 벌거벗은  알봉사가 두 손으로 앞가리고, 앙금앙금 들어가며, “아뢰아라! 아뢰아라! 급창, 통인 아뢰어라! 지내가는 과객으로, 배알차로 아뢰어라!” 행차가 머물더니, “거 어디 사는 소경이며, 어찌하여 의관 의복을 훨씬 벗었으며, 무슨 말을 허랴는고?” “예, 소맹이 아뢰리다. 소맹이 사옵기는 황주 도화동 사옵는디, 황성 찬치에 가는 길에 하도 날이 더웁기로 이 곳에서 모욕을 허다, 의관의복을 잊었사오니, 진소위 주출지망량이요, 진퇴유곡이 되었으니, 관은 민지부모라, 한 벌 내어주시고 가시던지, 찾아주고 가시던지,
[중모리]
별반처분을 허옵소서. 적선지가으 필유여경이라 허였으니, 태수장 덕택으 살려주오.
[아니리]
 태수 측은이 여기시고 교부꾼 부르시더니, 너는 갓, 망건 소경 주고, 수노 불러 노비까지 내어주니, 심봉사 좋아라고, “은혜 백골난망이오, 내가 황성 잔치 갔다 오는 길에 기언치 찾어 뵈옵지요. 그란디, 거 무지한 도적놈이 저 은삼동 담뱃대까지 가져갔습니다.” 태수 허허 웃으시며, “그라면 어쩌자는 말인고?” “아니, 그저 그렇다는 말씀이지요.” “대와 담배까지 내어 드려라.” 사례 하직허고, 낙수교 얼른 건너, 녹수정를 당도허니, 부인들이 모아 방애를 찧노라고 ‘히히 하히’ 웃음소리가 야단이로구나. 심봉사 그곳을 지내로라니, 공연히 부인들이 농을 청하 제, “아따 근래에 봉사들 한시기 좋터고, 저 봉사도 황성 잔치에 가는 봉사로구만, 저렇게 무심히 갈 것이 아니라. 방애나 좀 찧어주고 가제.” “뭣이 어째? 공연히 방애를 찧어줘?” “아, 방애를 찧어주면 술도 주고, 밥도 주고, 고기도 주지요.” “거 실없이 여러 가지 것 준다.” 일포식도 재수라고 한번 찧어볼까? “그런디, 여보시오 부인님네! 망뇌이가라는 말이 있으니, 우리가 방애를 찧되, 소리를 맞어가며 찧읍시다.” “그럽시다.” 방애소리를 맞어가며 한번 찧어 보는디,
[중중모리]
“어유아 방애요. 어유아 방아요. 떨끄덩 떵 잘 찧는다. 어유아 방아요.” “태고라 천황씨는 이목덕으로 왕허였으니, 남기 아니 중할씨구.” “어유아 방아요.” “유소씨 구목위소 이런 낭구로 집 지셨나?” “어유아 방아요.” “이 방애가 누 방애? 강태공의 조작이로다.” “어유아 방아요.” “옥빈홍안 태도런가, 가는 허리에 잠이 질렀구나.” “어유아 방아요.” “머리 들어서 오르는 양은 창해 노룡이 성을 낸 듯.” “어유아 방아요.” “머리 숙여서 내린 양은 주문왕의 돈수련가.” “어유아 방아요.” “오고대부 죽은 후으 방애 소리가 끊쳤더니, 우리  성상 즉위허사 국태민안 하옵신디, 하물며 맹인잔치 고금에 없는지라, 우리도 태평성대 방애타령을 허여 보자.” “어유아 방아요.”
[자진모리]
“어유아 방아요. 어유아 방아요. 어유아 방아요. 떨그덩 떵떵 잘 찧는다. 어유아 방아요.” “민첩청산을 들어가 길고 곧은 솔을 베어 이 방애를 놓았는가?” “어유아 방아요.” “방애 만든 형용 보니, 사람을 비양튼가 두 다리를 쩍 벌렸구나.” “어유아 방아요.” “한 다리 올려 딛고, 한 다리 내려 딛고, 오리락 내리락허는 양 이상하고도 맹랑허다.” “어유아 방아요. 어유아 방아요. 떨그덩 떵떵 잘 찧는다. 어유아 방아요.” “미끈미끈 보리 방애.” “어유아 방아요.” “찐덕찐덕 찰떡 방애.” “어유아 방아요.” “꼬소하구나 깨방애.” “호호 맵다, 고추방애.” “어유아 방아요.” 보리쌀 뜨물에 풋호박국 끓여라. 우리 방애꾼 배 좀 부르자.” “어유아 방아요.”
[중중모리]
“떨그덩 떵 잘 찧는다. 점심때가 늦어간다.” “어유아 방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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