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동리사람 모아들어 “현철허신 곽씨부인 불쌍히 이 세상을 떠나셨으니, 곽씨 시체나 매호에 수렴허여 안장함이 어떠허오?” 공론이 일구여출이어늘, 곽씨 시체 소방상 대뜰 위에 덩그렇게 모셔놓고 명정, 공포, 삽선 등물 좌우로 갈라 세우고 거리제를 모시는디,
“영이기가 왕즉유택 재진견례 영결종천 관음보살.” 운상을 허여가며 무슨 소리가 있으리오마는, 망노이가라 하였으니, 상부소리를 맞어 나가는디,
[중모리]
요령은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어넘자 너화넘. 북망산천이 머다더니, 저 건너 안산이 북망이로구나.” “어넘자 너화넘.” “춘초는 연년록이나 왕손도 귀불귀로구나.” “어넘차 너화넘.” 심봉사 더욱 통곡하니 재치 있는 선소리꾼 슬쩍 돌려 딴말로 메기는구나, “물가 가재는 뒷 걸음질 치고 다람쥐 앉아서 밤을 줍난디 먼산 호랑이 술주정을 하네 그리어.” “어넘자 너화넘” 남문을 열고 파루를 치니 각댁 하님이 개문을 헌다. 어넘자 너화넘. “새벽 종달이 쉰 길 떠, 서천 명월이 다 밝아온다.” “어넘차 너화넘 어너 어너 어너 어넘차, 어이 가리 넘차 너화넘” 그때여 심봉사는 어린 아해를 강보에 싸서 귀덕어미에게 맡겨두고, 곧 죽어도 굴관제복 정히 입고 상부 뒷채를 검쳐 잡고, “아이고, 마누라. 날 버리고 어디 가오? 나하고 가세, 나하고 가세, 산첩첩노망망의 다리가 아퍼서 어이 가며 일침침운명명의 주점이 없어서 어이 가리? 부창부수 우리 정분 날과 함끄 가사이다”. 상여는 그대로 나가며 “어넘자 너화넘.”
[중중모리]
“어너 어허너 어이 가리 넘자 너화넘.” “여보소 상부꾼들 이내 한 말 들어 보소 자네가 죽어도 이 길이오, 내가 죽어도 이 길이로다.” “어넘차 너화넘” “현철허신 곽씨 부인, 불쌍하게도 떠나셨네.” “어넘자 너화넘.” “이제가면 언제나 올까요? 오만달이나 일러를 주오.” “어넘자 너화넘.” “어너 어너 어너 어너으어 넘자, 어이 가리, 넘자 너화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