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이렇듯 부친을 위로하고, 심청이 그날부터 목욕재계 정히 허고 지극 정성을 드리난디,
[진양조]
후원에 단을 뭇고 북두칠성 자야반에 촛불을 돋오 켜고, 새 사발의 정화수를 떠서 소반 우에다 받쳐놓고, 두 손 합장 무릎을 꿇고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나님전의 비나이다. 천지지신 일월성신 화위동심 허옵소서. 하나님이 일월 두심이 사람의 안목이라 일월이 떨어지면 무삼 분별을 하오리까, 무자생 소경 아부 이십이후 안맹허여 시물을 못허오니, 아부 허물은 심청 몸으로 대신허고, 부친 눈을 밝히소서. 공양미 삼백석을 불전에 시주허면 정녕 눈을 뜬다허니, 명천이 감동허사 공양미 삼백석을 지급허여 주옵소서.”
[아니리]
이렇타시 빌어갈 제, 지성이면 감천이라.
[중중머리]
하루난 문밖의 외난 소리 “우리는 남경 장사 선인으로 인당수 인제수를 드리고저, 십오 세나 십육 세나 먹은 처녀를 사랴 허니, 몸 팔을 이 뉘 있습나?” 이렇듯 외난 소리 원근 산천에 떵그렇게 들린다.
[아니리]
심청이 이말 듣고, 천우신조로 생각하고, 동리 사람도 모르게 도사공을 청해 들여, “나는 이 마을 사람으로 부친이 안맹허여 공양미 삼백석만 불전의 시주허면 정녕 눈을 뜬다 하오나 가세가 극빈허여 내 몸을 팔자허니 나를 사가심이 어떠허오.” 선인들이 이 말을 듣더니, “출천대효로고. 공양미 삼백석은 염려 마오. 그런디 우리 행선날이 내월 십오일인디 떠나가겠소?” “중값 받고 팔린 몸이 내 뜻대로 허오리까? 그 난 염려 마옵소서.” 이렇듯 선인들과 단단 약조 후 선인들을 보내놓고, 심청이 방으로 들어가 “아버지.” “오야.” “공양미 삼백석을 몽은사로 올렸으니 아무 염려 마옵소서.” 심봉사 깜짝 놀래, “아야, 그 어떻게 공양미 삼백석을 올렸단 말이냐.” “ 다름이 아니오라 전일 승상댁에 갔을 때, 부인이 저를 수양딸로 정한다 하신 것을 분명 대답 못했지요. 제가 오날 건너가 아버님 사정을 여쭈니, 공양미 삼백석을 몽은사로 올리시면서 저를 수양딸로 다려간다 허옵디다.” “야야, 그일 참 잘 되었다. 양반의 자식으로 몸 팔렸단 말이야! 외인소시 난처허나, 그 댁의 수양딸로 가는 거야 어느 놈이 날 딸 팔아먹었다고 정개허겄느냐? 그래, 그일 잘 되었다. 그러면 거 어느 날 다려 간다 허시드냐?”, “내월 십오일 다려 간다 하옵디다.” “거 날도 잘 받았다. 그란디 청아. 거 나는 어쩐다 허시더냐.” “아버님도 모셔간다 하옵디다.” “그럴 것이다. 그분이 어떤 분이라고 눈먼 나 하나만 이곳에 두것느냐? 잘 되었다. 그런디 너는 가마 태워 갈 것이다만 나는 무얼 타고 갈꼬? 오! 나는 저 김순장댁 꺼멍 암소라도 타고 가제.” 심청 같은 효성으로 부친을 어이 속일 리 있으리요만는 속이는 것 또 한 효성이라. 이렇듯 부친을 속여놓고 심청이 그날그날 지내갈 제, 하로난 문득 생각허니 행선날이 하로밤이 격한지라.
[진양조]
눈 어둔 백발 부친 영결허고 죽을 일을 생각허니, 정신이 막막허고 흉중이 답답허여 하염없는 설움이 간장에서 솟아난다. 부친의 사시의복 빨래하여 농 안에 넣어두고, 갓 망건 다시 꾸며 쓰기 쉽게 걸어놓고, 모친 분묘를 찾아가서, 분향사배 통곡을 헌다, “아이고, 어머니! 불효여식 청이난 부친 눈을 띠우려고 삼백 석에 몸이 팔려 제수로 가게 되니, 년년이 오난 기일 뉘랴서 받드리까? 분묘의 돋은 풀은 뉘 손으로 벌초허리, 오날 제가 올린 술을 망종흠향 허옵소서, 사배 하직허고 집으로 돌아와 부친 진지 올린 후으, 밤 적적 삼경이 되니, 부친은 잠이 들어 아무런 줄 모르는구나 잠이 깰까 염려 되어 크게 우든 못허고 경경열열허여, 속으로 만 느끼난디 “아이고 아버지, 날 볼 날이 몇 날이며, 날 볼 밤이 몇 밤이나 되오? 지가 철을 안 연후 밥 빌기를 놓았더니마는, 내일부터는 동리 걸인이 또 될 것이니, 아버지를 어쩌고 갈꼬? 오날 밤 오경시를 함지에 머무르고, 내일 아침 돋은 해는 부상에다 매량이면 불쌍허신 우리 부친 일시라도 더 모시련만 인력으로 어이 헐꼬!” 천지가 사정이 없어 벌써 닭이 “꼬끼요”, “닭아 우지 마라 반야 진관의 맹상군이 아니로구나? 니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나 죽는다. 나 죽기는 섧잖으나, 의지 없는 우리 부친을 어이 잊고 가잔 말이냐”
[중모리]
하량낙일 수운기는 소통국의 모자이별, 정객관산노기중의 오희월녀 부부이별, 편삽수유소일인는 용산의 형제이별, 서출양관무고인이라 위성조우 붕우이별, 이런 이별 있건 만은 소식 들을 날이 있고 상봉헐 날이 있건 만은 우리 부녀 이별이야 어느 때나 다시 볼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