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조]
빠져놓으니. 향화는 풍랑을 좇고, 명월은 해문으 잠겼도다. 영좌도 울고, 사공도 울고, 격군 화장이 모도 운다. “장사도 좋거니와 우리가 연년이 사람을 사다가 이 물에다 넣고 가니, 우리 후사가 좋을 리가 있겠느냐? 닻 감어라. 어기야. 어야 어기어 어야. 우후청강무한경을 묻노라 저 백구야. 홍요월색이 어느 곳고? 일강세우노평생으 너는 어이 한가허드냐?” 범피창파 높이 떠서 도용도용 떠너간다.
[아니리]
그 때여 심청이 이 세상에서는 꼭 죽은 줄 알았건마는 이러한 출천대효를 하늘이 그저 둘 리가 있겠느냐. 그 때여 옥황상제께옵서 사해 용왕을 불러, “묘일 묘시에 유리국 도화동 심학규 딸이 임당수 들 것이니 수궁에 착실히 모시어라.” 사해 용왕 영을 듣고 수궁에 내려와 각 궁 시녀를 불러, “오늘 묘시 초에 세상으 심낭자 물에 들 것이니 물 한점도 젖지 않게 수궁에 착실히 모셔드려라.” 각 궁 시녀 영을 듣고 백옥교를 가지고 임당수 내달아 기다릴 제, 때마침 묘시 초라. 옥교를 앞에 놓고 예하여 여짜오되, “부왕의 분부 받아 모시러 왔사오니 어서 교자를 타시옵소서.” 심청이 여짜오되, “인간의 미천한 사람이 어찌 용궁 교자를 타오리까.” “만일 아니 타시오면, 옥황상제께옵서 수궁에 대죄를 내리실 것이오니 사양치 마옵소서.” 심낭자 마지 못하여 교자 위에 올라앉으니,
[엇모리]
위의도 장헐씨구. 위의도 장헐씨구. 천상 선녀 선관 선녀들이 심소저를 보랴허고. 태을진 학을 타고 안기생은 연 타고, 구름 탄 적송자. 사자 탄 갈선옹, 고래 탄 이적선, 청의동자 홍의동자 쌍쌍이 모셨다. 월궁항아 마고선녀 남악부인 팔선녀들이 좌우로 벌였난디, 풍악을 갖추울 제, 왕자진의 봉피리, 곽처사 죽장고 쩌지렁쿵 정쿵, 장자방의 옥통소는 띠띠루리루리루, 성현자 거문고 슬기둥 기둥 덩. 혜강의 해금이며, 격타고 취용적, 능파사, 어부사, 우이곡, 채련곡 곁들어다 노래 헐 제, 낭자한 풍악소리 수궁이 진동헌다. 괘용골이위량허니 영광이 조일이요, 집어린이와작허니 서기 반공이라. 주궁패궐은 응천상지삼광이요, 곤의수상은 비인간지오복이라. 산호 주렴, 백옥안상, 광채도 찬란허구나. 주잔을 들일 적으, 세상 음식이 아니라. 유리잔 호박병에 천일주 가득 담고, 한가운 데 삼천벽도를 덩그렇게 괴었으니, 세상의 못 본 바라. 삼일에 소연허고, 오일에 대연허며 극진히 봉공헌다.
[아니리]
이렇듯 화려하게 모실 적에, 그 때여 천상에서 옥진부인이 하강을 허시는디, 이난 뉘신고 허니, 전 곽씨가 죽어 광한전 옥진부인이 되었구나. 심청이 수궁에 머물러 있단 말을 듣고, 모녀 상봉차 내려오시는디,
[세마치]
오색채단을 기린으 가득 실코, 벽도화 단계화를 사면에다 벌여 꽂고 청학, 백학은 전배 서고 수궁으 내려오니, 용왕도 황겁하야 문전으 서서 배례헐 제, 옥진부인이 들어와 심청 손을 부여잡고, 늬가 나를 모르리라. 나는 세상에서 너 낳은 곽씨로다. 너의 부친 많이 늙었으리라. 나는 죽어 귀히 되어, 광한전 옥진부인이 되었난디, 너는 부친 눈 띄우려고 삼백 석으 몸이 팔려 이 곳에 들어왔단 말을 듣고, 너를 보러 내 왔노라. 귀와 목이 의젓헌 게 너의 부친 도습허구나. 세상에서 못 먹는 젖 이제 많이 먹어 보아라.” 심청 얼굴을 끌어다 가삼 대고 문지르며, 아이고 내 새끼야! 꿈이면 깰까 염려로다.” 심청이 그제야 모친인 줄 짐작허고, 부인 목을 부여안고, “아이고, 어머니! 어머니 이게 꿈이요, 생시오? 불효여식 청이는 앞 어둔 백발 부친 홀로 두고 나왔는디, 외로우신 아버지는 뉘를 의지허로리까?” 부인이 심청을 만류난디, 내 딸 청아, 우지 마라. 너는 일후에 너의 부친 다시 만나 만종록을 누리리라. 광한전 맡은 일이 직분이 허다허여 오래 지체 어려워라. 나는 올라간다마는 내 딸 너도 잘 가거라.” 옥패 소리가 쟁쟁 나더니 오색채운으로 올라가니, 심청이 따라갈 수도 없고, 가는 모친을 우두머니 바라보며, 모녀 작별이 또 되는구나.
[아니리]
이렇듯 작별 후, 옥황상제께옵서 사해 용왕을 또 다시 불러, “심낭자 방년이 늦어가니 인간으로 환생하되 귀인으로 인도하라.” 사해 용왕 영을 듣고 심소저를 인도헐 제, 꽃 한 봉지를 조화 있게 만들어 그 속에 모시고, 양대 선녀로 시위허고, 금은 보배 등을 가득히 넣어 인당수에 띄웠구나. 용왕의 조화인지라 바람이 분들 흔들리며, 비가 온들 젖을쏘냐? 오색채운이 꽃송이에 어리어 주야 둥덩실 떠 있을 제, 그 때여 남경 갔던 선인들이 억십만금 퇴를 내어 본국으로 돌아올 제, 인당수 당도허니 심낭자 효성에 홀연 감동이 되는지라. 제물을 정히 차려놓고 심낭자 넋을 불러 위로 허는디, 반 소리요, 반 시나위였다.
[중모리]
북을 두리둥 둥 울리면서, 슬픈 말로 제 지낸다. “넋이야, 넋이로다. 이 넋이 뉘 넋이냐? 오장원으 낙성허던 공명의 넋도 아니요. 삼년 무관의 초 회왕의 넋도 아니요, 부친 눈을 띄우랴고 삼백 석에 몸이 팔려 인당수 제수 되신 심낭자의 넋이로구나. 넋이라도 오셨거든 많이 흠향을 허옵소서.” 제물을 물에 풀고, 눈물 씻고 바라보니, 무엇이 떠 있난디, 세상의 못 본 바라. 도사공이 허는 말이 “저것이 무엇이냐, 저것이 금이냐.” “금이란 말씀이 당치 않소. 옛날 진평이가 범아부를 잡으랴고, 황금 사만 근을 초진중으 흩었으니 무슨 금이 있으리까?” “그러면 저게 옥이냐.” “옥이란 말씀 당치 않소. 옥출곤강 아니어든 옥 한 쪽이 있으리까?” “그러면 저게 해당화냐?” “해당화란 말씀 당치않소. 명사십리 아니어든 해당화 어이 되오리까?” “그러면 저게 무었이냐? 가까이 가서 보자. 저어라, 저어!” “어기야 뒤여.” 가까이 가서 보니, 향취 진동허고, 오색채운이 어렸구나.
[아니리]
그 꽃을 배에 싣고 본국으로 돌아와 허다히 남은 재물 각기 깃을 나눌 적에, 도선주는 무슨 마음인지 재물을 마다허고 꽃봉오리만 차지하였구나. 이때는 어느 땐고, 송천자께옵서 황후 홀연 붕허신 후 납비를 아니 허시고, 세상에 온갖 기화요초를 모아 들여 황극전 너른 뜰에 가득히 심어놓고, 조석으로 화초 구경을 허시는디, 이것이 화초타령이던 것이었다.
[중중모리]
화초도 많고 많다. 팔월부용군자용 만당춘수의 홍련화, 암향부동월황혼 소식 전턴 한매화, 진시유량거후재라 붉어 있다고 복숭꽃, 구월구일용산음 소축신 국화꽃, 삼천제자를 강론을 허니 행단춘풍으 살구꽃, 이화만지불개문허니 장신궁중 배꽃이요, 천태산 들어가니 양변개작약이요, 원정부지이별허니 옥창오견의 앵도화, 촉국한을 못 이기어 제혈허던 두견화, 이화, 노화, 계관화, 황국, 백국, 사계화, 동원도리편시춘 목동요지 행화촌, 월중단계무삼경 달 가운데 계수나무, 백일홍, 영산홍, 왜철쭉, 진달화, 난초, 파초, 오미자, 치자, 감자, 유자, 석류, 능라, 능금, 포도, 머루, 으름. 대추. 각색 화초, 갖은 향과 좌우로 심었난디, 향풍이 건 듯 불면, 벌, 나비, 새, 짐생들이 두 쭉지 쩍 벌리고 지지 울며 노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