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창 산악회
다들 늙은이 다 됐네
그 사이에 너는 아직도 찬란해
혼자가 되었다는 얘기 들었어
나는 쭉 혼자였어
널 못 잊어서
한 여름밤 한방 백숙
탁 트인 계곡 난 반 백수
여름 바람 살랑
싹이 틀랑 말랑
너와 나의 사랑
기억나니
옛날에 시장 닭집 2000원짜리
닭강정만이
내가 사줄 수 있는 전부였잖니
이젠 감히 최고의 닭 요리 백숙
아니 한방 능이 백숙 산 뒤
파전 추가할만치
돈이 많이 생겼지
오랜만에 보니 나 참 웃기게 생겼지?
내 맘에 새겨진
그 시절 너의 미소가 나온다
백숙 나온다
뜨겁다 조심해라
공기 밥 없나
아 맞다
나중에 죽으로 나온다
야 여기 반찬 다 맛있다
얼른 먹어봐봐라
밤이랑 삼이랑 다 들어갔다
뭐?
다이어트?
하여튼 어이없는 소리는 변함없이 잘한다
뼈밖에 없고만 뭘 빼
뭐?
나잇살?
야이 참 나이스하고만 왜 그래
야 여기 다리 집어 찢어
뭘 또 사진을 찍어
소금 찍어
푹 고와서 국물 깊어
씹어 먹을 필요 없어
봐 잘 먹으니 얼마나 이뻐
한 여름밤 한방 백숙
탁 트인 계곡 난 반 백수
여름 바람 살랑
싹이 틀랑 말랑
너와 나의 사랑
사장님 여기 죽 해주세요
죽
여기가 또 죽이 또 죽이지
그래서 주기적으로 먹어줘야 돼
하하하하
아저씨 같다니 임마
아저씨 맞는데
부글부글 찹쌀 끓어
두근두근 점점 더 끈적
죽을 주는 너의 손이 스쳐
내 마음은 흐느적 흐느적
손을 잡아본다 슬쩍
척추 타고 땀이 흘러
너는 미소 짓고 끄덕
한 여름밤 한방 백숙
탁 트인 계곡 난 반 백수
여름 바람 살랑
싹이 틀랑 말랑
너와 나의 사랑
한 번 더
한 여름밤 한방 백숙
탁 트인 계곡 난 반 백수
여름 바람 살랑
싹이 틀랑 말랑
너와 나의 사랑
사장님 여기 계산해주세요
아 저기 아들 만나러 가야 된다고
먼저 갔어요
예 아니 친구예요 친구
그 고등학교 동창
잘 먹었습니다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