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속에서 몸을 떨며 얼어붙어 잠에 들어,
바다에 발을 담그고 돌며 춤추는 꿈을 꿨어.
디딜 땅 없이 휘청이다 넘어져 바스라져도
웃으며 기다릴 테니까,
구하러 와 줘,
가장 머나먼 행성으로.
햇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나는 외로이 눈을 떴어.
고리, 구름, 위성, 오로라……. 나는 그것들이야.
나는 어둡고도 시퍼렇게 있어.
나는 무겁고도 질펀하게 녹고, 굳고,
뒤섞여 가.
폭풍 속으로 몸을 던져 아무것도 아니게 돼.
대흑점의 한가운데 나는 한 줌의 바람 되어.
사그라들고, 사무치고, 사랑받고, 살아남아,
사할 수 없는 잘못을 한,
날 보러 와 줘,
가장 머나먼 행성으로.
나는 가맣고도 분명하게 있어.
살아있는 척 태연하게 울고, 웃고,
뒤섞여 가…….
폭풍 속에서 몸을 떨며 얼어붙어 잠에 들어,
바다에 발을 담그고 돌며 춤추는 꿈을 꿨어.
소중한 것은 단 하나도 남김 없이 버렸으니,
더는 무서워 할 일 없어,
만나러 와 줘,
우리들의 해왕성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