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날의 일렁임
그때 말했었던
이 도시엔 자리가 있을까
떠난 날엔 소나기
그때 말했었어
뒤로 걸어갈 자리도 있다고
아 난 아직 멀었어
이제야 이런 게 있다고
아 갈 곳은 쌓였어
이제 나의 집에도 있다고
추운 대기, 밖은 센 바람 뿐
한 두 스텝 거리 둬 맘 둘 데
가슴 대신 차가운 뇌로 갈아 끼울 도시
그 안에 풀떼기 얼어 죽을게
트인 만큼 내 여러 군데를 찔러
앞과 뒤, 옆 내 친구가 있다 떠난 틈 위로
하나씩 비어, 사랑 줬던 나의 집까지
뜨거운 눈물 자국도 비벼 끈 담배같이
매운 맛, 매운 것이 옆을 메우고
따끔한 피부까지 어쩔 수 없다는 대꾸 속
언제나 돌아갈 각오로 주머니를 채웠어
포기해버려 내 맨 처음 모습으로 태를 갖춰
추운 대기, 밖은 센 바람 뿐
따뜻해질 날, 기다리기엔 난 풋내기
향수와 책임감, 동시에 내게 심어
돌아갈 집을 기억하지 다 거기에 있어
추억은 어쩌면 내 발에 족쇄
과거를 밤에 양같이 세다 잠을 놓네
집과 멀어지는 걸음 속에서
족쇄를 껴안았어 이 땅엔 없는 온기에
어제로 돌아가기엔 멀고
내 추한 모습까지 껴안기엔 많이 컸어
버릴 기억을 모아 땅 속에 작별
미련을 치운 뒤에 집 만이 내 마음 속
떠난 날의 일렁임
그때 말했었던
이 도시엔 자리가 있을까
떠난 날엔 소나기
그때 말했었어
뒤로 걸어갈 자리도 있다고
아 난 아직 멀었어
이제야 이런 게 있다고
아 갈 곳은 쌓였어
이제 나의 집에도 있다고
추운 대기, 밖은 센 바람 뿐
묶였던 발을 녹일 만큼의 내 한숨
다 놓을 때지 날 만든 내 기억을 하나 둘
날씨 탓 돌렸지만 코끝이 빨간 불
못 지었던 책임들을 다시 질 뿐이야
겁을 버렸다기엔 용기를 믿는 중
다 놓고 싶은 때까지 귀가를 미룬 후
포기할 때 돌아갈게 따뜻한 이글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