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광한루 당도하야 나귀 내려 풀 뜯기고, 도련님은 누각 우에 올라서 사면 경치를 둘러보시더니,
“이 얘 방자야, 처음 보는 곳이라 어데가 어데인 줄 모르겠구나. 네가 좀 일러라.”
방자 팔을 들어 역력히 고하는디,
[진양조]
동편을 가르치며,
“저 건너 보이는 산은 지리산 내맥인디 신선 내려 노든데요.”
북편을 가르치며,
“교룡 산성이 저기온디 화계야곡 성성지지옵고.”
서편을 가르치며,
“엄숙한 뜬 기운이 관왕묘를 모셨으니 역역헌 일이 많사옵고,”
남편을 가르치며
“저 집 이름은 영주각이요, 저 다리 이름은 오작교라 허느니다.”
도련님이 들으시고,
“네 말 듣고 경치 보니 예가 어디 인간처냐? 내 몸이 우화하여 천상으를 올라왔지. 저게 만일 오작교면 견우 직녀 상봉헐 디, 견우성은 내가 되려니와 직녀성은 누가 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