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네 요년, 말히라. 바른대로 허면 이어니와 만일 둔사허는 날은 죽고 남지 못 허리라. 간밤에 애기씨가 무슨 일이 있었지? 너는 모를리 없을테니 바른대로 말해라.”
이렇듯 호통허니 향단이 겁을 내어,
“마나님 진정허시고 제 말씀을 들어뵈겨요. 간밤에 애기씨와 제가 바느질을 허는디 책방도련님이 나와겨서 애기씨와 말씀허시기에 저는 제 방으로 왔사오니 그 뒷 일은 어찌되었는지 몰라요.”
춘향모 깜짝 놀래어
“아이고, 일은 당했구나, 당했어. 이년아, 그 도련님이 무단히 오셨을까. 네 년이 중간에서 노랑수건 노릇을 힛지.”
몽치를 들어 치랴하니 향단이 겁을 내어,
“아이고 마나님 진정허시고 제 말씀을 들어 뵈겨요. 애기씨와 제 허물이 아니라 마나님 허물로 이리 된 일이지요.”
“아따, 이 년들이 일은 저그가 저질러놓고 젖은 옷 벳겨 내게 입히네 그려. 어째서 내 허물이란 말이냐?”
“당초에 애기씨는 그네 뛰러 갈 생각도 없었는디 마나님이 가라고 가라고 시켜서 보내시더니”
[엇중모리]
“하나는 남중문장재사요, 또 하나는 여중문장재녀라. 재사 재녀가 눈이 맞어 이리 되었사오니 마나님이 시긴 일이요, 하나님이 시키신 일이오니 너무 분히 생각 마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