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 멈추고 (시인: 김해강)

장유진

♣ 가던 길 멈추고

-마의 태자 묘를 지나며       -김해강  시

골짝을 예는
바람결처럼
세월은 덧없이
가신 지 이미 천 년.

한(恨)은 길건만
인생은 짧아
큰 슬픔도 지내다니
한 줌 흙이러뇨.

잎 지고
비 뿌리는 저녁
마음 없는 산새의
울음만 가슴 아파

천고(千古)에 씻지 못할 한
어느 곳에 멈추신고.
나그네의 어지러운 발 끝에
찬 이슬만 채어.

조각 구름은
때 없이 오락가락하는데
옷소매를 스치는
한 떨기 바람.

가던 길 멈추고 서서
막대 짚고
고요히 머리 숙이다.

♠♠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를 추모하며 망국의 한과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했다. 마의 태자란 신라가 고려에 의해 망할 무렵 태자가 출가하여 삼베옷을 걸치고 다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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