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도종환
그대 떠나고 난 뒤 눈발이 길어서
그 겨울 다 가도록 외로웠지만
그대가 곁에 있던 가을 햇볕 속에서도
나는 내내 외로웠다
그대가 그대 몫의 파도를 따라
파도 속 작은 물방울로
수평선 너머 사라져간 뒤에도
하늘 올려다보며 눈물 감추었지만
그대가 내 발목을 감으며
밀려오고 밀려가는 물결이었을 때도
실은 돌아서서 몰래 아파하곤 했다
그대가 눈치채지 못하고
나도 어쩌지 못한
다만 내 외로움
내 외로움 때문에 나는 슬펐다
그대 떠나고 난 뒤
가을 겨울 봄 다 가도록 외로웠지만
그대 곁에 있던 날들도
내 속에서 나를 떠나지 않는 외로움으로
나는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