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날

정밀아

창 밖을 올려봤더니
대책 없이 맑은 하늘이다
내가 대체 뭐하나 싶다
노을이 방안을 채운다
발을 뻗어 그림자를 만든다
발가락이 꿈틀거린다
내가 이리 살아있구나
숨 쉬는 게 부끄러운 하루다
음 으음
풀어진 머리칼을 묶고
흰셔츠를 걸쳐 입는다
흙빛 얼굴을 화장으로 가려본다
이제 밖으로 나가 보련다
아 아 아아
도망갈 곳도 없어 문 앞에 서서
멍하니 내 빈손을 바라본다
숨어들 곳도 없어 문 앞에 서서
듣는 이 없는 탄식을 삼킨다
떠나갈 곳도 없어 문 앞에 서서
저녁바람 마른 소리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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