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웃으며 오고 있다
저 눈부신 햇살을 데불고 하늘을 펄럭이며
웃음이 내 피부 안으로 한겹 두겹 수놓아 지려고 한다
조금만 더 나가
웃음 안으로 슬그머니 미끄러져 들어가 볼까
그런데 누구든 또 퉁소를 분다
그 대나무 숲으로 가서 살점이 삭혀지도록 목타게 소리지르다
끝내 퉁소를 부는 내력을 불어대고있다
웃음이 이는 소리
짙은 향기가 울상이 되어
꿈으로도 생시로도 마구 퍼져 들어오면서 나를 끌어 당기고
웃음은 누비이불 되어 영원의 길을 덮고 있지만
하늘 땅 다 내버려두고 귀를 막아도 퉁소소리가 들린다
손마디 마디마다 뼈가 으스러지는 퉁소 소리여
오늘은 웃음을 좀 멀리에 두자
오늘은 잠시 눈을 감기로 하자
울다못한 소리가 무르녹아
이제는 웃어야만 하는 사람들을
오늘을 다 잊고 퉁소소리가 들린다
누가 웃으며 웃음에다 살을 씻으며
나에게 살을 씻어라 일러주며
속깊이로 서서히 스며들어 오려한다
내 심장으로는 퉁소소리가 또 감기어 들어오고
바람이 맞잡고 돌아가며 그 안에 나를 가둔다
웃음만을 전생의 업으로 삼고 있는
여기쯤 와서야 보이는 저들
엎드려 눈을 감으면 웃음은 두볼에 살짝 스쳐 지나간다
저 눈부신 햇살을 데불고 하늘을 펄럭이며 지나간다
퉁소소리는 나의 발목을 묶어 버리고
자꾸 지나가 버린다
어차피 오늘은
오늘은 몸부림이나 하다 말 것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