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 내린 풀에 젖은 바지 차가워져 일어나 아직은 어스름하게 핀 불빛
가로등 아래 붙인 전단은 아무도 관심 없어 두텁게 쌓였지만
녹슨 자전걸 탄 아저씬 날 귀찮은 듯 피하며 또 한 갤 붙이고 떠났지 눈 덮인
거릴 녹이는 국밥집 연기에 섞인 담배 연기와 믹스 커피
좁은 골목 지나 나온 대로변은 말끔해, 줄 선 버스정류장 속 사람들 말끝엔 욕이 다반사지만
액정 안은 하트 이모지 아님 가족사진
괜히 따라가고 싶어, 무심코 탄 내 모습이 추레해도 남에겐 무신경
함이 편안함을 줘 구부정하게 꺾인 고개로 눈 붙여 어느새 강변 종점
꿈을 꿨지 밤이 아닌 날에 걷는 게
이상하지 않고 떠나보낸 사람들과 어색함 없이 인사했지
아무 일도 없었단 듯이 한 대화들에 실없이 웃었지
눈을 떴지만 아직 난 감고 있어 장식된 장면으로 창밖에 빠른
잔상을 보기가 싫어서 가렸지만 비친 햇빛이 이뻐서 웃었지
북적이는 터미널 역 오랜만이지만 새롭지 않지 많은 기억 속
그렇게도 길었던 군대가 되려 그립다니 평생 이해 못 할 줄 알았는데 내가 뱉을 줄 몰랐지
다 똑같을까 안 바뀔까? 표 끊는 복귀 예정자들의 삶이 다 무너지는 듯한 표정
오늘의 감정이 젤 끔찍했음 좋겠어
뿌연 새벽안개 걷혀도 먼지로 덮인 여기 서울
꽉 막힌 전철에 발 못 디뎌도 기다려 주지 않는 매정한 저 스크린도어
그래도 살기 좋은 도시 여전히 서울 또 한 번
괜히 따라가고 싶어 목적 없이 탄 거 민폐 같지만 다 나에게 무신경
함이 편안함을 줘 구부정하게 꺾인 고개로 폰만 보는 이들 따라 눈 붙여
꿈을 꿨지 밤이 아닌 날에 걷는 게
이상하지 않고 떠나보낸 사람들과 어색함 없이 인사했지
아무 일도 없었단 듯이 한 대화들에 실없이 웃었지
눈을 떴지만 아직 난 감고 있어 장식된 장면으로 창밖에 빠른
잔상을 보기가 싫어서 가렸지만 비친 햇빛이 이뻐서 웃었지
왜인지 멈춘 홍대역 떠밀리듯이 억지로 내려 예정 없던 곳이지만 덜컥
겁먹을 일도 아니기에 올라탄 에스컬레이터
반짝이는 전광판에 반사된 거 같이
화려한 옷차림의 사람들과 웃음, 소음, 내달리는 바퀴,
넘어진 스케이트 보더의 기대에 찬 탄식
오늘의 활기가 난 영원했음 좋겠어
걷다 보니 해 졌지 어둑해질 때 켜지는 가게 불, 더 커지는 소음들
따라가 보니 손들며 호응 중인 관중 속 버스킹
한 공연은 솔직히 엉망이었지만 붉어진 얼굴엔 웃음이 배있지 또
괜히 따라가고 싶어 저 무시하는 몇 무리가 비웃는 듯 해도 무신경
함이 편안함을 줘 구부정하게 꺾인 고개로 살기 싫어 밑 공기로만 숨 쉬었지
겁은 속에서 자라 시간 지나며 나이테는 두꺼워져 무감각해지네 날 짓밟을 때
다 그런 거라며 어거지로 속에 삭이네 더 가둬 압박해 납작해진 쫀심 날이 세워진
채 잔인해져 나에게만, 머리에 감긴 가지는 쳐도 박힌 뿌리에 갇힌 세상
그곳의 공기는 탁해 그래서 택한 저자세 결국 여기도 한계
고개 들어 짧게나마 본 풍경에 다시 숨 쉬어
먼지 하나 없었지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지듯 익숙해져 한 꺼풀 벗긴 껍질에 굽혀진 머리
속 퍼진 과거 필름이 커져 그게 원동력이 돼 난 돌아갈 거야 더 크게
벌일 거고 내가 버린 것도 챙길 거야 항상 무제로 남긴 날들의 커다란 기록
묶어보니 꽤 얇지 아직도 이 멋진 하루는 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