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파도가 세게 몰아치니까
바람이 불어왔을 뿐이고
도로 위가 빈 틈을 타
밤이 세상을 누비고
우산을 본 구름이
울어 버린 거야
그러니까
말야
너 떠나고
내가 슬퍼진 게
사랑 말고 다른 이유가
생각지도 못했던
뭔가 있는 거라고
믿음이 가
어떤 것 같애?
이렇게밖엔
이 기분이
내게 주는 건조함을
견뎌 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듯해
한강을 걷다 보니까
물에 비친 달을 보니까
내 그림자를
보니까
문득 그런 생각에
생각이 꼬릴 물어
문득 들어
그런 생각이
계속해서 겉돌잖아
자꾸 내 맘이
우리의 엉킨 감정을
같은 시간에 느꼈더라면
과연 풀렸을까
둘의 끈
잔잔한 바람
차 뒤편에서
간결하게 구분된
불빛들을
스쳐 지나가면
자꾸 생각나는 너
분명히 너도
저 달을 보고 있을 테니
같은 기분을 느끼겠지
이런 밤에는 더욱더
그러니깐
마음을 건네는
표현의 방식이 달랐으면
어땠을까?
짝 맞춘 장갑 대신
건네준 게 내 손이라면
우린 지금 어디 있을까?
억지 덕지 표정은 억지
서로 주고받은 마음을
정리해야 돼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 있는 내 자신을
더 보게 돼
전부 네 덕분에
한강을 걷다 보니까
물에 비친 달을 보니까
내 그림자를
보니까
문득 그런 생각에
생각이 꼬릴 물어
사랑이고 바람이고
나발이고 문득 그런 게
무슨 소용이고 의미고
나는 잘 모르겠어
시간은 해도 해도
너무 빠른 것 같다가도
이 시간 좀
누가 데려갔음 해
한강을 걷다 보니까
물에 비친 달을 보니까
내 그림자를
보니까
문득 그런 생각에
생각이 꼬릴 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