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가 초입

곽씨부인 태몽 꾸는데

(아니리)
송나라 원풍 말년에 황주도화동 사는 봉사 한 사람이 있는디, 성은 심이오 이름은 학규라 누대명문거족으로 명성이 자자터니 기운이 불행하여 삼십 전 안맹허니 낙수청운에 발자취 끊어지고 일가친척 멀어져 뉘라서 받드리요 그러나 그의 아내 곽씨 부인이 있는디 또한 현철하야 주남 소남 관저시를 모르난 것 전혀 없고 백집사가감이라 삯을 팔고 품을 팔제
(단중모리)
삯바느질 관대 도복 행의 창의 직령이며 섭수쾌자 중치막과 남녀의복의 잔누비질 상침질 갓끔질과 외올뜨기 꾀담이며 고두누비 솔오리기 망건 뀌며 갓끈 접기 배자 토시 버선 행전 포대 허리띠 단임 줌치 쌈지 악랑 팔랑 휘양 볼치 복건 풍체이며 처네 주의 갖은 금침 베갯모 쌍원앙 수도 놓고 오색 모사 각대 흉배 학기리기 궁초 공단 수주 선주 낙능 갑사 운문 토주 갑주 분주 표주 명주 생초 통견 조포 북포 황저포 춘포 문포 제초리며 삼베 백저 극상 세목삯을 받고 맡아 짜기 청황 적백 침향 오색 각색으로 다 염색허기 초상난 집 원삼 제복 혼장 대사 음식숙정 가진제편 중계 약과 박산 과자의 다식 정과 냉면 화채의 신설루며 각각 찬수 약주 빚기 수파련 봉오림과 배상허기 고임질을 잠시도 놓지 않고 수족이 다진토록 품 팔아 모일 적에 푼 모아 돈 짓고 돈 모아 양 만들어 양을 지어 관돈 되니 일수체계 장리변에 이웃집 사람들께 착신한 곳 빚을 주어 실수 없이 받아 들여 춘추시향에 봉제사 앞 못 보는 가장 공경 시종이 여일허니 상하 일리의 사람들
(아니리)
곽씨 부인 어진 마음 뉘 칭찬허리 하로난 심봉사 먼 눈을 번득이며 “여보 마누라, 마누라는 전생에 무삼 죄로 이생에 나를 만나 한시반시 놀지 않고 어린 아이 받들 듯이 날 공경허니 나는 편타 할지라도 마누라 고생살이 도리어 불안하오 사는데로 살아가되 지원 할 일이 있오 우리 연장 사십이나 슬하 일점 혈육 없어 조상향화 끊게 되고 우리 내외 사후라도 초종장사 소대기며 연연이 오난 기일 뉘라서 받드리까 우리가 사십 후에라도 명산대찰 신공이라도 드려 남녀간에 낳아봤으면 평생 한을 풀겠구만” 곽씨 부인 이 말 듣고 공손히 대답허되 가군의 정대하신 마음 몰라 발설치 못 하였더니 지금 말씀 그리허오니 지극 신공 하오리다 옛 글에 허였으되 불효삼천 무후위대라 하였으니 품을 팔고 뼈를 간들 무슨 일을 못 하오리까 거 정성껏 빌어 보오
(중모리)
곽씨부인 그 날부터 품 팔아 모인 제물 다 드릴제 명산대찰 영신당과 고묘총사 석왕사 석불 미륵 서계신디 허유 허유 다니시며 가사시주 인등시주 창호시주 십왕불공 칠성불공 나한불공 가지가지 다하오니 공든 탑이 누너지며 심든 남기 꺽어지랴 갑자 사월 초파일야 한 꿈을 얻은지라 서기 반공하고 오채 영롱터니 하날의 선녀 하나 옥경으로 나려올 제 머리 위에 화관이요 몸에 난 원삼이라 계화가지 손에 들고 부인 전 배례허고 곁에 와 앉는 거동 뚜렷한 달 정신이 산상의 솟아난 듯 남해관음이 해중의 다시 온 듯 심신이 황홀허여 진정키 어렵더니 선녀의 고운 태도 호치를 반개허고 쇄옥성으로 말을 헌다 “소녀는 서왕모 딸이려니 반도진상 가는 길에 옥진비자 잠깐 만나 수어 수작을 허옵다가 시가 조끔 늦었고로 상제께 득죄허여 인간의 내치시메 갈 바를 몰랐더니 태상노군 후토부인 제불보살 석가님이 댁으로 지시하여 이리 찾아 왔아오니 어엿삐 여기소서 “품 안에 달려들어 놀래어 깨달으니 남가일몽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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