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뮤뭉

나랑 같이 걷자
끝이 보이지 않는 빗속을
내가 넘어지면
너가 일으켜줘
아주 큰 우산을 쓰고

나랑 같이 울자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잖아
눈물 닦아줄 필요도
딱히 달래줄 거리도
없잖아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말해줘
꼭 쥐고 있는 우산마저
비바람에 날아간다 해도
맨 무릎이 까지고
온몸이 흠뻑 젖어도
너랑 서 있다면
더 느리게 걸을 거라고
이 장마를

나랑 같이 걷자
업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울음이 나오면 울고
마음껏 비를 맞다가
보내주자 지금
지나가는 장마처럼

너에게는 내가
이 장마일지 몰라
내가 줄 수 있는 게
어쩔 땐 눈물 뿐인 것 같아서

때론 불안하겠지만
한 번만 더 날 안아줘
가끔 천둥이 치겠지만
그만큼 더 맑은 하늘이 되어주고 싶은 나를

나랑 같이 웃자
훨씬 찐하게 내리쬐는 이 해처럼
어떤 상황 속에서도
너의 그늘에 속삭여주는
빛이 되어줄게

내리는 이유가 꼭 있다고
모든 장마는

우리 같이 걷자
이 장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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