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미루다가
비로소 외출을 했어
유난히도 따스히 입었어
사람 많던 거리도
익숙했던 소음도
어쩜 이리 조용한 것 인지
돌아오긴 하나 봐
온도가 바뀌고 시간이 가도 똑같이
시린 마음 한구석 늘 허전한데
괜히 이 계절 모두를 더 춥게 해
하늘에 이미 많은
차디찬 한숨을 또 밤으로 가리려나
초겨울아 오지 마라 속삭여봐도
나의 옷매는 두꺼워졌으니
비워 둔 휑한 마음을
하얗게 채운 너에게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낼지
물어보려 하다가
때늦은 말들로 너의 머릿속 어딘가
가득 나란 자국 남겨질 텐데
괜한 실수 말고 정신 차리자
세수를 하려다가
그 사람 생각에 나 멍하니 깊은숨만
뿌연 거울 가린 그 남잔 아직
한 사랑에 얽혀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