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쥐기보다
눈에 담으려 했던 사람
글자들로만 그렸던 사람이
눈앞에서 졸음에 못 이기던 모습은
어쩔 줄 몰라하는 날 더욱 애태우기에 충분했고
바보같이 아는 거라곤
너의 말 습관과 입술 위 잔잔한 솜털뿐이라
한 치 앞도 모르는 그때 그 바닷속에
내가 했던 말과 손짓은
온 우주를 통틀어 최선이었던 것일지도
얼마나 커다란 그릇에 담았던가
세차게 흘려보내 강줄기를 이루었다 한들
이 너른 바다에 비할까
문득 찾아온 밀물과 인사를 나누자,
왜인지 발보다 두 눈이 먼저 반겨주는 밤은
너를 바라보는 게 취미였던 그 시간
조용히, 그리고 찬찬히 널 담았듯이
이불을 걷어낸 채 일어선 바다의 모양
물끄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