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좋아하는 횟집에 갔지
니가 좋아하는 광어를 시키고
니가 좋아하는 멍게도 시키고
니가 좋아하는 내가 앞에 있는데
오늘은 표정이 별로 안 좋네
혹시나 맛이 없니
왜 그만 먹는지 말해줘
왜 표정이 그런지 말해줘
왜 고개를 숙이는지 말해줘
왜 내 눈을 피하는지 말해줘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아님 내가 잘못한 게 있나
혹시 내가 잘못한 거라도 있는지
솔직하게 그게 뭔진 몰라도 일단 사과를 할게
니가 싫어하는 옷을 내가 줏어 입고 나왔나
아니면 내가 웃을 때 이에 뭐가 꼈나
내가 했던 얘기들이 하나도 안 웃겼나
설마 냄새나는 걸 티 나게 꼈나 말해줘
...
나가서 얘기 좀 더하자고 하니깐
넌 왜 자꾸만 집에 간대
가지마
아줌마 여기 매운탕 주세요
오실 때 소주도 한 병 갖다 주세요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만큼 맛있게 끓여주세요
우리 둘 사이에 놔 주세요
나는 지금 죽을 거 같은데 얘는 모르니깐
아니 몰라도 되니깐 이젠
아줌마 여기 매운탕 주세요
오실 때 소주도 한 병 갖다 주세요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만큼 맛있게 끓여주세요
우리 둘 사이에 놔 주세요
나는 지금 죽을 거 같은데
넌 정말 모르는건지
이제 다 먹었냐고 넌 집에 갈 거라고
내게 자꾸 재촉하고 내가 묻는 말엔 대답도 없고
이 와중에 먹는 내가 한심하고
눈치 없어 보이겠지만 사실은 말이야 무능한 난
니가 가고 나면 다시 못 볼까 봐
맘을 돌릴 수 있을까 봐 잡고 있는 중이야
날 돼지처럼 쳐다봐도 되지만
제발 부탁인데 남처럼 보지 마
날 돼지처럼 쳐다봐도 되지만
제발 부탁인데 넌 남처럼 보지 마
혼자 간다는 널 택시에 태워 보내고
집에 돌아와서 양치질하다가
울었지
가게 들어가기 전에 예쁜 '남녀' 커플이
매운탕 먹고 나와서 '남남'이 됐네
음식에 무슨 약을 탔나
믿어지지 않아 가족 같던 니가 왜 남이 됐나
그 매운탕 때문일 거야
난 다신 그 집 안 간다
넌 시집 잘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