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창 쏟아진 초우
오므린 고운 손바닥 위
솟은 뿔 때 늦은 오후?
세상은 보호색을 입고?
고혹적 자태를 뽐내
그 때깔은 허울
토막 난 토우 한없는 호우
쓸려간 폐부
네 손은 때늦은 도움
이제 난 어떻게 너 없이
꺼멓게 낀 구름은 부덕해
어깨만 퍼덕여 가엽시
노우란 얼굴을 보오라
두툼한 주름들 분열의 고랑
인간사 no만 외치는 소란
살아난 사람은?
사람을 읊조려라
탐스런 모란 꽃피는 호반
흩뿌린 가루 자유로이 좋아라
이제 그만 잊고서 버젓이
혼자서 벗 없이 떠나소
송화 가루 따라서
굵은 장대비는 머리를 적시고
가슴을 적신 후 몸을 가린
천 쪼가리에 스민다
온 몸을 훑어 지나가며
몸서리치게 서리는 외로움
하나뿐이던 널 그린다
구름 그림자 아래로
오롯한 바람을 느낄 때
당신이 온 듯 해
약주 한잔 드린다
찾아드는 첫 비처럼
날 고적히 적셔주오
마르지 않도록 촉촉이
지난 시름을 쓸려 보낸 후
맑게 갠 세상은 지체 없이
졸리던 날 깨 밴다
걸음을 떼 험한 먼 길을
갈 때엔 언제고
즐거우리란 걸 알게 된다
남겨진 우리가?
무겁게 할 얘기는
가볍고 소탈한
당신의 체로 얇게 챈다
우린 첫 비에 뭉쳐진 모래
당신의 입김을 통해
숨 쉴 틈 없이
오래 죽어가는 것을 노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