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솜이불을 꿰메시던 할머니는 없고
난로 옆에 밀감만 옹기종기 모여있네
이제 읽은 동화 유리창에
얼음글씨로 누가 그렸나
소년은 집을 잃고 소녀는 길을 잃고
둘이 만나 행복한 먼나라 얘기를
햇빛이 한자한자 읽어준다
밤새 눈이불을 덮어주던 하늘은 깨어나
늦잠자는 지붕에 찬바람을 뿌린다
어제 꾼 꿈을 유리창에
누군지 찍어 걸어 놓았니
눈의 나라 여왕님이 사는 북극궁전
그곳의 아이들이 나와 놀아주던
얼음 숲이 조그맣게 보이네
아이들의 발자욱도 찍혀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