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은 꽃

전제덕

항상 그런 아쉬움이 있었다. ‘왜 한국에는 뛰어난 하모니카 연주음반이 없을까?’. 투츠 틸레망이나 리 오스카, 그리고 몇 년 전부터 소개되기 시작한 지그문트 그로벤 등의 음반을 접하며 느꼈던 생각이다. 하지만 어찌보면 이는 척박한 국내 연주음악의 풍토를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에서 하모니카란 그저 동요 속에 등장하는 ‘옥수수 하모니카’ 아니면 포크 가수들이 음악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 잠깐 잠깐 삽입하는 양념 정도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전제덕의 이번 음반은 단연 눈에 띈다. 물론 100% 만족할 만한 음반이라 침이 마르게 칭찬할 수는 없지만 앞못보는 장애를 딛고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하모니카로 그려낸다는 것은 놀랍기 그지없다. 팝에서 재즈, 라틴 리듬이 요동치는 그의 음반에 단지 ‘국내 유일의 재즈 하모니카 연주자’의 음반이라는 평을 내리는 것은 그 작품성에 대한 평가를 흐리게 만들 우려가 있다. 다음 작품에서는 보다 완벽한 자신만의 소리샘을 찾아내기를 바랄 따름이다.

52street 2004년 12월  원용민

01 . 우리 젊은 날- intro
02 . 우리 젊은 날
03 . 여름이 지나간 자리
04 . 바람
05 . 시들은 꽃
06 . 가을빛 저무는 날 (Vocal feat. BMK)
07 . 추억
08 . 나의 하모니카
09 . 혼자 걷는 길
10 . 편지
11 . 허풍 같은 사랑 이야기
12 . 나의 하모니카(V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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