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무심하지 어느새 쌀쌀해
두 팔을 감싸 안고
철 지난 옷 내려놓네
옷장은 늘 그렇지
한참 뒤져봐도
딱히 입을 건 없어
매년 뭔가 사긴 하는데
한참을 바라보다가,
한참을 고민하다가
몇 해전 생일날
네가 선물했던 셔츠를 만났네
펼쳐 입은 내 모습 여전히 잘 맞아
모든 게 그대론데
긴 한숨에 체념하네
한참을 바라보다가,
한참을 고민하다가
되는대로 접어
정리함에 넣어 추억을 버리네
정말 널 잊을 수 있을까?
정말 널 지울 수 있을까?
정말 널 버릴 수 있게
되는 걸까? 너는 알까?
한참을 바라보다가,
한참 네 생각 하다가
참 잘 해줬던 일,
널 아프게 한 나 주책없이 생각나
한참을 바라보다가,
한참을 고민하다가
반듯하게 접어 옷장
깊은 곳에 곱게 놓아두네
정말 널 잊을 수 있을까?
정말 널 지울 수 있을까?
정말 널 버릴 수 있게
되는 걸까? 너는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