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그 때여 별주부가 “여보시오 퇴공 그렇게 가지만 말고 수국에서 약속했던 간 쬐금만 떼어주고 가시오” 가던 토끼 딱 이렇게 돌아보며 욕을 한바탕 퍼붓고 가는디
중모리
제기를 붙고 발길을 갈 녀석 뱃 속에 달린 간을 어찌 들인다 말이냐 미련하더라 미련을 하더라 너의 용왕이 미련하더라 너의 용왕 싱겁기 날 같고 내 미련키 너의 용왕 같게되면 영락없이 죽ㅇ르 것 내 밑 궁이 셋이 아니더라면 내 목숨이 어찌 살아갈거나 내가 돌아 나는 간다 백운청산으로 나는 간다
아니리
토끼가 이러고 가다가 별주부를 탁 돌아다보며 “너 이놈 별주부야 이 놈 니 죄상을 생각하면 뽀쪽 내민 바위 끝에다가 니 등을 팍 부딪쳐서 옹기짐 부수듯 부셔 죽일 일이로되 니가 나를 업고 댕기 정성을 생각해서 살려보내 준 것인게 다시는 그런 보초 없는 짓거리 말어라 그리고 네 충성이 지극하니 내가 너의 용왕 먹을 약을 조금 일러주마 다른 약이 아니라 너의 수궁에 들어강께 암자라 이쁜 놈 많더구나 그 암자라를 하루에 일천 오백 마리씩만 잡아서 석 달 열흘만 가 먹이고, 복쟁이 쓸개를 천 석을 만들어서 양일간에 먹으면 죽든지 살든지 양단간에 끝장이 날 것이다 이 시내기 아들놈아 잘 가거라” 그 때여 별주부는 하릴없이 수궁으로 들어가고 토끼란 놈은 살아났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귀를 탈탈탈탈 털고 생 방정을 떨다가 놀이 잡으라고 그물 쳐 놓은데 가서 찰커덕 걸렸것다 “아이고, 이 일을 어쩔거나 내가 수궁에서 죽었더라면 정조 한식 단오 추석이나 받아 먹을 것인데 이제는 뉘 놈의 뱃 속에다 장사를 할거나” 이리 한참을 울고 있는데 쉬파리떼가 윙하고 날라왔것다 “아이고 쉬낭청 사촌님네들 에데 갔다 이제 오십니까” “오, 네 이놈 그물에 걸렸으니 속절없이 꼭 죽게 생겼구나” “죽고 살기는 내 재주에 매었응께 내 몸에다 쉬나 좀 듬뿍 쓸엊고 날라가시오” “네가 꾀를 부릴 모양으로 쉬를 쓸어달라 한다마는 사람의 손을 당할 성 싶으냐” “아니 그 사람의 손이 어떻게 생겼다오” “내가 이를 테니 들어봐라”
잦은모리
사람의 내력을 들어봐라 사람의 내력을 들어봐라 사람의 손이라 하는 것은 엎어노면 하늘이요 뒤쳐노면 달인디 요리조리 금 있기는 일월 다니는 금이요. 엄지 장가락이 두 마디 기는 천지삼재요, 인지가락이 장가락만 못 하기는 정월 이월 삼월 장가락이 그 중에 길기는 사월 오월 유월이요. 무명지가락일 장가락만 못하기는 칠월 팔월 구월이요. 소지가 그 중 짧기는 시월 동지섣달인데 자오묘유가 여기 있고 건감간진 손이곤태 선천팔괘가 여기 있고 불도로 두고 일러도 육도기문 대장경이라. 천지가 모두 일장중이니 네 아무리 꾀를 낸들 사람의 손 하나 못 당하리라 두말 말고 너 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