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보, 매품 팔러 가는데

유영애

아니리

흥보가 들어오며 여보 마누라 이 돈 가지고 쌀 팔고 고기사서 육죽을 누구룸허게 한 통만 끊이소 아이도 한 통 어른도 한 통 각기 한 통씩 먹여놓니 앉은 자리에서 식곤증이 나서 고자베기 잠을 자는 듸 코끝에서 죽말국이 쇠줄후죽 내리듯 댕강댕강 허것다 이틈에 막내 하나를 또 만들었제 “여보 영감이 돈이 대차 왠 돈이요 이 돈 속 좀 압시다" “쉬이 시끄러 아 이 돈 속 알면 큰일낼 돈일새 이 돈이 다른 돈이 아니라 우리 골 좌수가 평영 영문에 잡혔는디 좌수 대신 곤장 열대만 맞으면 한 대에 석냥씩 서른 냥은 꼽아 놓은 돈이요 아까 그 돈은 나 말 타고 다녀오라는 마삯 닷 냥일시 아무 누설허지 말소 아 옆집 꾀수 애비란 놈이 알면 발등걸이하기 쉽네"

창조

흥보 마누래가 이 말을 듣고 기가 맥혀 아이고 여보 영감 중헌 가장 매품 팔아먹고 산단 말은 고금 천지 어디가 보았소

진양

가지 마오 가지 마오 불쌍한 영감아 가지를 마오 천불생 무륵지인이요 지부장 무명지초라 하날이 무너져도 솟아날 궁기가 있는 법이니 설마헌들 죽사리까 제발 덕분에 가지 마오 병영 영문 곤장 한대를 맞고 보면 종신 골병이 든답디다 영감 불쌍한 우리 영감 가지를 마오

아니리

시끄러 가란다고 가고 말란다고 말것 이간듸 한참 설히 울 제 그때 흥보 자식들이 저의 어머니 울음소리를 듣고 물소리 듣는 거위모양으로 고개를 딱 들고 "아버지 병영 가십니까” “오냐, 병영 간다" “아버지 병영 갔다 오실 때 나 담뱃대 하나 사다 주시오" "에이 나뿐 놈 같으니라고” 또 한 놈이 나 앉으며 “아버지 나는 투전 한 모 사다 주시오" "투전을 뭐 하게 " " 아버지 돈 없어 고생하니 놀음해서 돈 많이 벌어 가지고 올라요”이번에는 흥보 큰아들이 나 앉더니 "아이구 아버지" “이 자식아 너는 또 왜 불러” "아버지 병영 갔다 오실 때 나 각시 하나 사다주오” "각시는 뭐 하게" "아버지 재산없어 날 못 여워주니 데리고 막걸리 장사 할라요”
"에이 놈들 쓸 놈은 한 놈도 없구나"

중모리

아침밥을 지어먹고 병영 길을 나려간다 허유 허유 나려를 가며 신세자탄 울음을 운다. 아이구 아이구 내 신세야 어떤 사람 팔자 좋아 부귀영화로 잘 사는듸 이 놈의 팔자는 어이 허여 이 지경이 웬 일이냐 병영 골을 당도하여 치어다 보느냐 대장이요 나려 굽어보니 숙정 패로구나 심산맹호 엄룡 같은용자 붙인 군로 사령이 이리 가고 저리 간다. 그 때에 박 흥보는 숫헌 사람이라 벌벌벌 떨며서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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