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불안한 구름이 그의 머리 끝을 흩뜨리고,
애써 좋은 일만 말해 보는 안쓰러운 누군가가
눈에 밟혀 와.
음습한 도시,
갖가지 감정들을 받아주다 넘쳐버린 휴지통.
일방통행은
어쩔 수 없는 거라 말하는 너는,
그야 넌,
걔에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니까,
너에겐 내가 필요하니까,
(봐봐, 클라라, 내가 여기 있어.)
내가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니까,
너의 곤란함이 좋으니까,
네가 자처한 너의 몰락을
나도 지켜볼게.
네가 바라온 너의 몰락을
나도 지켜볼게.
저기 구불거리는 매연이 그의 입을 가리웁고,
애써 한숨 대신 뱉어보는 누군가의 웃음이
거듭해 들려 와.
불손한 거리,
더러운 마음들을 여실히 비춰오는 가로등.
아무리
이해해보려 해도 알 수 없는 걸,
그야 넌,
걔에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니까,
아무 의미도 없으니까,
(너는 지금 어딜 보고 있어?)
내가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니까,
너의 곤란함이 좋으니까,
걔에게 닿지 않은 단어들을
내가 거둬줄게.
걔에게 닿지 않은 음운들을
대신 버려줄게.
(미안해, 나는,
거짓말밖에 할 줄을 몰라.
어째선지 네가, 난 궁금해…….)
……해 닿지 않는 골목,
많은 걸 부정하고 외면한 날 보이는 전광판.
받아들이면
어찌 될지 너무 잘 알기에
모른 척한 난,
네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니까,
내겐 네가 필요하니까,
(봐봐, 클라라, 내가 여기 있어!)
내가 정말 싫어했던 사람은 사실,
너의 곤란함도 되지 못한 자신이야.
그래, 나는 줄곧 너에게서
나를 보아왔어.
네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니까…….
라디오에서는 방청객이
날 비웃어 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