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가시기 전 첫차에
몸을 싣고 나서는 출근길엔
일찍부터 부지런히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
지난밤 회식자리 숙취로
가득한 빈속 커피로 달래며
매일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내 하루
공허한 퇴근길 비라도 내려오는 날이면
지하철 가득 채운 축축한 피곤함만
그 옛날 아버지 축 처진 지친 어깨 그 맘
그 무거움을 이제는 알 것도 같은 지친 하루
오늘도 반복되는 회의와
숨 막힐 듯 쏟아지는 업무들
정신없이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만
하루를 가득 채우고 또 가득 채우네
오늘도 늦느냐는 딸아이 메세지에
시간이 흐를수록 내 마음만 급해지고
팀장님 한소리에 축 처진 어깨 위로
떠오른 가족들 얼굴 또 그 얼굴
끊어야지 하면서도 담배연기 한 모금 내뿜으며
털어버리곤 하지 모두 날려 버리곤 하지
후배들 반복되는 승진에
주머니 깊이 간직한 사직서
꼬깃꼬깃 구겨져 낡아져만 가는데
쓰디쓴 소주잔 외로이 기울이며 앉아서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 귀 기울여
떠오는 오래된 추억에 달래 보는 내 맘
포장마차 속 흐릿한 이 밤은 깊어져만 가네
지친 내 퇴근길 웃으며 날 반겨 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