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갠 저녁, 걸음 드문 공원에서
벤치에 고인 빗물 닦아내고
목놓아 울어볼까
하다가,
빗물
닦은 신문만 들고 돌아섰네
그대가 없이도 눈부신 가을
먹구름 두른 태양은
피를 토하는데
우유 한 모금
모른 척 삼켜두고 돌아섰네
그대가 없이도 눈부신 가을
Bridge A)
그대가 없이도 눈부신 가을.
너 없이 처음 맞은 눈부신 가을.
... 눈부신 가을.
Verse 1)
심장 모서리에 추를 달아 놓은 듯
무거웠어. 널 떠올릴 때면 모든 꿈.
추억. 시간의 묘지. 한 가운데에서
머리를 쥐어뜯다가, 이내는 갸웃댔어.
유독 마디가 굵은 내 손가락보다
니가 좋아했던 것? 딱히, `나쁘다.`
라고 잘라말할 수만은 없는 일들.
복잡해도 사실, 하찮은 미움들.
이젠 아냐. 혼자 있긴 외로웠었고,
생각에 잠길 기회도 없었어.
찢어진 노트에 써놓은 글귀.
사진첩을 삐져나와 있는 눈빛.
그대가 없이도 눈부신 가을.
너 없이도 나는 여전히 숨을 쉰다.
하루 이틀 속의 많은 빈틈.
그대가 없이도 눈부신 가을.
Bridge B)
니가 없이도 눈부신 가을.
낙엽이 다 떨어진 눈부신 가을.
... 눈부신 가을.
그대가 없이도 눈부신 가을.
Verse 2)
널 데려다줬던 길가. 공원 한 구석.
벤치에 앉으려 가방을 안고서
잠시 생각에 빠졌어.
돌아볼 곳이 없을 정도로 바빠져서
니 생각? 그런 거 전혀 안 했었거든.
그래서 널 놓아버릴 때, 내가 안에 썩혀둔
말들. 가끔은 툭툭 뱉게 되더라.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 네게 되돌아 갈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단 얘긴 아냐.
나도 참 바보같이 이딴 얘길 하냐.
하늘은 눈부셔도 이제 너는 없는데.
너란 이름의 추억은 이제 죽었는데.
그대가 없이도 눈부신 가을.
너 없이도 나는 여전히 숨을 쉰다.
하루 이틀 속의 많은 빈틈.
그대가 없이도 눈부신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