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가 어사출두 대목

이주은
앨범 : 다섯 이야기

창조
금준미주(金樽美酒)는 천인혈(千人血)이요
옥반가효(玉盤佳肴) 만성고(萬姓膏)를
촉루락시(燭淚落時) 민루낙(民淚落)이요
가성고처(歌聲高處) 원성고(怨聲高))라
자진모리
동헌이 들석들석 각청이 뒤놓을제
본부수리 각창색 진휼감색 착하뇌수 허고
거행형리 성명을 보한 연후 삼행수 부르고
삼공형 불러라. 위선고량을 신칙하고
동헌에 수례차로 감색을 좌정하라
공형을 불러서 각고하기 재촉
도서원 불러서 결총이 옳으냐
전대동색 불러 수미가줄이고
군색을 불러서 군목가 감허고
육직이 불러서 큰 소를 잽히고,
공방을 불러서 음식을 단속,
수노를 불러 거행을 신칙
사정을 불러서 옥쇄를 단속,
예방을 불러 공인을 단속,
행수를 불러 기생을 단속하라.”
그저 우군우군우군 남원 성중이 뒤넘는구나.
좌상의 수령네는 혼불부신하야
서로 귀에 대고 속작속작
“남원은 절단이요 우리가 여기 있다 초서리 맞기가 정녕하니 곧 떠납시다.”
운봉이 일어서며
“여보 본관장 나는 곧 떠나야겠소.”
본관이 겁을 내며 운봉을 부여잡고
“잠시 지체 좀 하옵시오.”
“아니요. 나는 오날이 우리 장모님 기고일이라 불참하면 큰 야단이 날 것이니 곧 떠나야겠소.”
곡성도 일어서며
“나도 곧 떠나야겠소.”
“아니 곡성은 또 웬일이시오?”
“나는 초학이 들어 오늘이 직날인디
어찌 떨리든지 시방 떠나야겠소.”
그때여 어사또는 기지개 불끈
“예이 잘 먹었다. 여보시오 본관장 잘 얻어먹고
잘 놀고 잘 가오마는 선뜻허니 낙흥이요.”
본관이 화를 내여
“잘 가든지 마든지 허제, 이 분주헌 통에 쉰사라니.”
“그럴일이요 우리 인연 있으면 또 만납시다.”
어사또 일어서며 좌우를 살펴보니
청패 역졸 수 십 명이 구경꾼 같이 드문 듬성 늘어서
어사또 눈치를 살필 적의 청패역졸 바라보고
뜰 아래로 내려서며 눈 한번 꿈쩍 발한번 툭 구르고,
부채짓 까딱허니 사면의 역졸들이 해같은 마패를
달같이 들어메고 달같은 마패를 해같이 들어메고
사면에서 우루루루 삼문을 후닥딱!
“암행어사 출두야 출두 출두 허옵신다!”
두세번 외는 소리 하날이 덥숙 무너지고
땅이 툭 꺼지난 듯 백일벽력 진동허고
여름날이 불이 붙어 가삼이 다 타지는구나.
각 읍 수령이 겁을 내여
탕건바람 버선발로 대숲으로 달아나며
“통인아 공사궤 급창아 탕건 주워라.”
대도 집어 내던지고 병부 입으로 물고
힐근 실근 달아날 제,
본관이 겁을 내어 골방으로 달아나며
통인의 목을 부여안고
“날 살려라 날 살려라 통인아 날 살려라.”
혼불부신이 될 적의 역졸이 작난한다
이방 딱! 공방 형방 후다딱!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나는 삼대독신이요 살려주오.
어따 이 몹쓸 아전 놈들아
좋은 벼슬은 저희가 다 허고
천하 몹쓸 공방시켜 이 형벌이 웬일이냐!”
공형 아전 갓철대가 부러지고
직령동이 떠나갈 제
관청색 발로 채여 발목 삐고 팔 상헌 체
천둥지둥 달어날 제.
불쌍하다 관노사령
눈 빠지고 코 떨어지고 귀 떨어지고
덜미 치여 엎더지고 상투지고 달아나며
“난리났네!”
깨지나니 북 장고요 둥구나니 술병이라
춤추든 기생들은 팔 벌린 체 달어나고
관비는 밥상 잃고 물통이고 들어오며
“사또님 세수잡수시오.”
공방은 자리 잃고 멍석 말아 옆에 끼고
멍석인 줄은 모르고
“어따 이 제길헐놈의 자리가 어찌 이미 무거우냐. ”
사령은 나발 잃고 주먹쥐고
“홍앵 홍앵”
운봉은 넋을 잃고, 말을 거꾸로 타고 가며
“어따 이 놈의 말이 운봉으로는 아니가고
남원 성중으로만 부두둥 부두둥 들어가니
암행어사가 축천축지법을 허나 부다.”
“훤화금하랍신다.”
“쉬 ?이 ”
아니리
어사또 동헌에 좌정하시고 대안형리 불러
각각죄인 경중 헤아려 처결 방송하신 후
옥죄인 춘향을 올려라! 영이 나니
중모리
사정이 옥쇠를 물와들고 삼문 밖을 썩 나서서
옥문 앞을 당도허여
용서 없이 잠긴 열쇠를 쟁그렁청 열다리고
“나오너라, 춘향아 수의사또 출도후의 너를 올리라고
영 내리었으니 지체 말고 나오너라!”
춘향이 기가 막혀
“아이고 여보 사정번수 옥문 밖에나 삼문 밖에나
추포도포 헌 파립의 과객 하나 못 보았소?”
“아, 이 사람아 이 난리통에 누가 누군 줄 안단 말인가?”
“아이고 이게 웬말인고, 아이고 이게 웬일이여
갈매기는 어데가고 물드는 줄을 모르고, 사공은 어데 가고 배 떠난 줄 몰랐으며,
우리 서방님은 어디 가시고 내가 죽는 줄을 모르신고.”
울며 불며 쩌 붙들고 관문 앞을 당도허니
벌떼 같은 군로사령 와르르르르 달려들어
“옥죄인 춘향 대령하였소!”
“해칼하여라.”
“해칼하였소.”
아니리
"춘향은 듣거라. 너는 일개천기의 소생으로
관장을 능욕허고 관장 발악을 잘 한다니
네 그리허고도 어찌 살기를 바랄까.”
“아뢰어라.”
“절행에도 상하가 있오. 명백허신 수의사또
별반 통촉하옵소서.”
“그러면 니가 일정한 지아비를 섬겼을까?”
“이부(李夫)를 섬겼네다.”
“무엇이? 이부를 섬기고도 어찌 열녀라 할꼬?”
“두 이(二)자가 아니오라 오얏 이(李)자 이부로소이다.”
어사또 마음이 하도 좋아 슬쩍 한 번 떠 보난디,
“네가 본관 수청은 거역하였지만
잠시 지나는 수의사또 수청도 못 들을까
이 얘, 내 성도 이가다.”
중모리
“여보, 사또님 듣조시오
여보 사또님 듣조시오.
어사라 하는 벼슬은 수의를 몸에 입고
이골저골 다니시며 죄목을 염탐하여
죽일 놈은 죽이옵고 살릴 놈은 살리옵지,
수절하는 계집에게 금남허러 내려왔소.
소녀 절행 아뢰리다 진국명산 만장봉이
바람이 분다고 쓰러지며,
층암절벽 석상 돌이 눈 비 온다고 썩어지며
내 아무리 죽을망정 두 낭군 말이 웬 말이요.
소녀의 먹은 마음
수의사또 출도후의 세세원정을
아뢴 후에 목숨이나 살아날까 바랬더니마는
초록은 동색이요 가재는 게 편으로,
양반은 도시 일반이오그려.
송장 임자가 문 밖에 와 있으니 어서 급히 죽여주오.”
아니리
어사또 다시 묻지 않으시고 금낭을 어루만져
옥지환을 내여 행수 기생을 불러주며.
“네, 이걸 갖다 춘향주고 얼굴을 들어 대상을 살피래라.”
춘향이가 지환을 받어보니
도련님과 이별시에 드렸던 지가 찌든 지환이라 .
춘향이 넋을 잃은듯이 들고 보더니마는
창조
“네가 어데를 갔다 이제야 나를 찾어 왔느냐.”
그 자리에 엎드러져 말 못허고 기절허는구나.
어사또 기생들께 분부하사
춘향을 부축허여 상방에 뉘여 놓고,
찬물도 떠 먹이며 수족을 주므르니
춘향이 간신히 정신을 차려
창조
어제 저녁 옥문밖에 거지되여 왔던 낭군
춘풍매복 큰 동헌에 맹호같이 좌정허신
어사낭군이 분명쿠나
춘향이 어사또를 물그러미 바라보더니
중모리
“마오 마오 그리마오
기처불식이란 말은 사기에도 있지마는
내게 조차 이러시오.
어젯밤 오셨을 제 날보고만 말씀허였으면
마음 놓고 잠을 자지.
지나간 밤 오늘까지 간장탄 걸 헤아리면
살어있기 뜻밖이요.
반가워라 반가워라 설리춘풍이 반가워라.
외로운 꽃 춘향이는
남원옥중 추절이 들어 떨어지게가 되었더니,
동헌에 새 봄이 들어 이화춘풍이 날 살렸네.
우리 어머니는 어디를 가시고 이런 경사를 모르신가.”
아니리
그때여 춘향모친은 사위가 어사된 줄 알았지만
간밤에 사위를 너무 괄시한 간암이 있는지라
염치없어 못 들어가고
삼문 밖에서 그냥 보고만 있을 적으
춘향 입에서 어머니 소리가 나니
“옳다, 인자 되었다!” 하고
떠들고 들어 오난디,
중중모리
“어데 가야 여기 있다.
도사령아 큰문 잡어라 어사 장모 행차 허신다.
열녀 춘향 누가 낳나 말도 마소. 내가 낳네.
장비야 배 다칠라 열녀 춘향 난 배로다.
아니 요새도 이렇게 삼문간이 그렇게 억셀테냐? 에이”
중중모리
“얼씨구나 좋을씨구 절씨구 절씨구
풍신이 저렇거든 보국충신이 안될까
어제 저녁에 오셨을 제 어사 헌 줄은 알었으나,
남이 알까 염려가 되어
천기누설을 막느라고 너무 괄세 허였더니
속 모르고 노여웠지.
내 눈치가 뉘 눈치라 그만 일을 모를까
얼씨구나 내 딸이야
우에서 부신 물이 발치까지 내린다고
내 속에서 너 낳았거든 만고 열녀가 아니 되겠느냐
얼씨구나 좋을씨구. 절로 늙은 고목에서 시절련화 피였네
부중생남 중생녀 날로 두고 이름이로구나.
지화자 좋을시구.
남원읍내 여러분들 나의 한말을 들어보소.
아들 낳기 원치 말고
춘향 같은 딸을 낳아서나 곱게 곱게 잘 길러
서울 사람이 오거들랑 묻도 말고 사위 삼소.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 절씨구야.
수수광풍 적벽강 동남풍이 불었네.
이 궁뎅이를 두었다가
논을 살까 밭을 살까 흔들대로 흔들어 보자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좋을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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