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조]
초경 이경 삼사 오경이 지내니 파루 시간이 당허였구나. 파루는 뎅 뎅 치는디 옥루는 잔잔이라, 향단이가 파루 소리를 듣더니만,
“마나님 파루 쳤나이다. 애기씨한테 가사이다.”
“오냐, 가자. 먹을 시간도 지내가고 갈 시간도 늦었구나.”
향단이는 앞을 세고 걸인 사위 뒤를 세워 옥으로 내려갈 제, 밤은 적적 깊었는디 인적은 고요허여 사람 자취가 끊쳤는디, 옥문거리 당도허여 옥문 걸쇠 부여잡고 지긋지긋 흔들며,
“사정이, 사정이, 아이고 이 원수 놈 투전하러 또 갔구나.”
그때여 춘향이는 비몽사몽간으 남산 백호가 옥담을 뛰어 넘어오더니 옥문 앞에 와 우뚝, 주홍 입 쩍 어헝 아그르르르르. 춘향이 꿈이라도 무섭고 두려워 왼 몸이 오싹, 머리 끝 주삣, 소스라쳐 깜짝 놀래 깨달으니 등에서 땀이 쭈루루루루루, 부름 소리가 귀에 언뜻 언뜻 들리거날, 모친 소리를 귀신 소리로 알고
“옴급급여율영사파 쉐.”
춘향 모친 기가 맥혀,
“아이고, 저것이 에미 소리를 귀신 소리로 아네 그려. 춘향아 정신 차려라, 에미가 왔다.”
“아이고 어머니, 밤늦은 디 어찌 외겼소?”
“오냐 왔다. 이리 쪼끔 나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