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은 적 한 번도 없지만
존재하신다면
보잘것없는 내 말에 귀 기울이신 다면
가엾게 여겨 가끔 들려 안아주신다면
부탁 몇 개쯤은 들어줄 여력 있으시다면
꿈에 나와
나 떠난 게 내 잘못 아니라며 슬피 우는
그녀를 달래줘 이젠 나 벗어나려 해
얽매인 채로 살기엔
나도 이제 지쳐 쓰러지기 전이기에
또 지금 내 사랑하는 그녀를 달래줘
매일 생사를 오가는 기분 옆에선
할 수 없는 무력감에 절어
‘할 수 있어’란
의미 없는 말만 반복할 때
찌르는 심장은 나 하나로 족하니까
사실 위로보다는 힘이 필요해
그녀는 시답잖은 말보단
헤쳐나갈 힘을 더 빌었네
평생을 당신을 믿어온 애인이
죽지 못하는 이유도
당신의 교리 때문이니
뭐 고맙다고 빌어야 할까
존재 하긴 할까
존재한다면 이모는 왜 그렇게 갔나
암 치료됐다며 희망을 주더니
다시 재발시켜
데려가고 이모부도 이듬 해에 따라가
평생을 당신만 섬기고 아껴
하나 당신을 따르던 추종자는
이모를 이용해
돈을 밝히고 그 돈을 삼켜
뭔가 잘못된 이 도시 속
당신 위치는 건재해
돈 많은 놈들 나보다 잘난 놈들까지
다 자신의 삶을 바친 다며
울고 돈까지 바쳐
당신이 없다는 내 말을 비웃기라도 한 듯
건녀 편에 공사 중인
저 교회 역시 존나 커
당신이 없어서는 안되는 세상 속
난 당신을 본 적 없고
당신을 봤다며 깝죽거려 대는
새끼들 당신 팔아서 돈
따고 배불리 먹고 그 돈으로
할아버지 길거리 전도 시키는 이곳에서
당신을 찾아 난 내 삶 속 당신이 없다면
그것도 두려워
나의 힘이 닿지 않는 곳에
당신이 있기를 바라
당신조차 없다면 기적조차
바랄 수 없는 삶은
차갑고 어두워
빠른 삶 빠른 차들 사이 느리게 걷는
기적을 바라며 견디는 사람
닿지 않는 내 힘에 기대어 피식 웃는 사람
기대 없이 내일을 맞이하고 꾹 참는 사람
뭐든 필요해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당신의 생일마다
당신 석상이 있는 교회에 가 빌었네
진심을 낸 기도 흐르는 눈물이 기억해
간절히 닿기를 유아세례 받은 날 피력해
난 지겹게도 겪어 봤었기에 알아
밀어내는 세상 속 이 도시에
뭘 바라지는 않아
차마 바랄 수도 없는 세상에서 다들 앓아
다들 알아 발버둥 치는 게 전부란 걸 아마
다를 거 없는 세상에 더 바랄 거 없이
조그마한 시련에도 불어 터지는 살갗이
아물 때까지 만이라도
힘을 빌려줘 아니
지쳐버린 그녀 정신을 어루만져 줘 빨리
눈물 삼키며 다시 일어서는 그녀의 다리
흔들리지 않도록 꽉 잡아줘 당신만이
할 수 있을 것 같아
당신이 있다면 말이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