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돋이 (해소식)

모보경, 이상호
앨범 : 모보경의 정정렬제 완창 춘향가
[아니리]
이렇듯 소리를 질러 놓은 것이 상방으 사또 깜짝 놀래어,
“이리 오너라.”
“예이.”
“책방에서 글 읽는 소리는 아니 나고 어느 놈이 생침을 맞느냐, 힘센 놈에게 신다리를 주물리느냐? 웬 소리가 이리 요란하며 보고지고 소리가 웬 소린지 사실하여 아뢰어라.”
통인이 책방으로 충충 나와,
“쉬이, 도련님은 무엇을 그리 보고지고 소리를 지르셨기에 사또께서 들으시고 놀래시어 알어들이라고 야단 나겼소.”
도련님이 이 말을 듣더니,
“야속한 일이다. 다른 집 노인네는 이롱증도 계시더구만 우리 집 노인네는 늙으실수록 귀가 점점 더 밝아지시나 부다.”
이리 했다고 하나 이는 잠시 웃자는 농담이요, 그랬을 리가 있으리오. 도련님이 깜짝 놀래어.
“이얘, 큰일 났구나. 거짓말로 여쭈어라. 내가 논어를 읽다가 ‘차호라 오쇠야 몽불견 주공’이라는 대문을 보다 나도 주공을 보아지다 흥취로 소리가 높았다고 여쭈어라.”
통인이 사또 전에 그대로 여쭈었것다. 사또 들어보시니 글 읽는 데 취미를 꼭 붙인 모양이거든. 자랑을 하실 양으로 책방으 목 낭청을 청허였겄다. 목 낭청이 들어오는디, 먹적골 흑다리 먹골 생원님 채림으로 들어와 사또 턱 밑에 바싹 꿇어 앉으니 사또 기쁜 마음에 자랑을 하시는디, 듣는 사람이 뉘 말인지도 모르게 뒤미 없이 내지.
“자네 듣게.”
“들으라니 듣지요.”
“기특허거든.”
“기특허지요.”
“거 묘해여.”
“거 묘어지요.”
“재주가 절등이야.”
“재주가 절등어지요.”
“자네 뉘 말인 줄 알고 대답을 이리 부지런히 하나?”
“사또께서는 뉘 말씀을 그리 부지런히 허시오?”
“아 이 사람아, 우리 몽룡이 말이야.”
“사또께서 몽룡이 말이면 저도 몽룡이 말이죠.”
이렇듯 자랑이 낭자헐 제, 그때여 향단이는 방자가 준 편지를 춘향에게 주니 춘향이 보고 깜짝 놀래어,
“너 이 편지 어디서 갖고 왔냐?”
“봉선화 따러 대문 밖에 나갔다가 방자가 주길래 받어 왔어요.”
“이 편지 가져올 때 마나님 보셨느냐?”
“마나님 모르게 살짝 가져왔어요.”
춘향이 생각허니 전일 몽사도 있고 도련님을 잠깐 보았으되 흠탄헌 마음이 있었는지라. 어머님께 말씀허면 그 성품에 천부당 만부당 거절할 것이니 차라리 적은 혐의에 구애치 말고 장래 큰 뜻을 이루리라 허고 도련님께 답장 써 향단이 주어 보냈것다. 도련님이 답장을 기다리던 차에 향단이를 보더니 벌떡 일어나 편지 받아 떼어 보니 허였으되,  
“풍류이팔랑은 명월삼오야라. 소가의 유춘정은 쌍송영릉하를”
도련님이 좋아라고 소리 없이 웃으시며
“너의 집에 솔 두 주 선데 있느냐?”
“예 연당 앞에 두 주 섰사온디 그리로 오시라고 허겼어요.”
“영락없다. 글도 문장이로구나. 보름날 밤에 보겠다. 잘 가거라.”
향단이를 보낸 후 실성발광으로 보름날이 당도허니 날도 밝기 전부터 방자 불러 쌍창 앞에 앉혀놓고 해소식을 묻는디 부지 못허게 허것다.
[중모리]
“이 얘 방자야, 이 얘 방자야, 해가 어디만큼 갔나 보아라.”
“아니 도련님, 아직 동도 안 텄는디 무슨 해를 봐요.”
“방자야.”
“예.”
“해 좀 보아라.”
“해 인자 돋소.”
“인제 돋아 어쩔거나? 인제 돋는 해를 언제 보내고 춘향집을 가잔 말이냐. 방자야.”
“예.”
“해 좀 보아라.”
“해 인자 사시나 되었소.”
“사시 되어 어쩔거나? 글 읽고 말 헐 때와 술 마시고 노닐 때는 해가 자니 짜르더니 구태여 오늘 해는 어이 이리 지루허냐? 방자야.”
“예.”
“해 좀 보아라, 이놈아.”
“해 인자 오시나 되었소.”
“오시 되어 어쩔거나? 하나님 오날은 규모 대단허시다. 방자야. 방자야. 해가 어디만끔 갔나 보아라.”
“해 인자 육시나 되었소.”
“이 자식아 해도 육시가 있단 말이냐?”
“아, 오시 넘으면 육시 아니오?”
“너 참 유식하다. 방자야, 방자야. 해가 어디 만끔 갔나 보아라.”
“해 인자 돋소.”
“저 자식이 사람 죽일 놈 아니냐. 네 말로 오시 넘어 육시 되었다는 해가 인제 돋는단 말이냐?”
“뜻밖으 광풍이 일어나더니 소소리 바람결에 해가 밀려 동으로 쭈루루루루루 콱 처백히더니 인자사 나오니라고 뭉게 뭉게 뭉게 야단났소.”
도련님이 답답허여 문 열고 밖을 나서 하늘을 바라보며, “축천법을 배웠드면 유궁후 예 활을 빌어 해를 칩 떠 쏘아 떨어지게 허련마는 대자대비 일광보살 어서 넘어가 주옵소서.”
그렁저렁 일모 황혼이 되니 도련님이 좋아라고
“이 얘 방자야, 상방으 불 껐나 어서 좀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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