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뭘 하고 싶지도 않은 하루라
오랜만에 TV를 켜서 뉴스를 봤어
별다른 소식은 없었어
그러다 한순간 날 집중시킨 한 줄
내일 지구에 소행성이 접근한대
그게 지구에 부딪칠지도 모른대
늘 그렇듯이 내일도
너무나 멀쩡하게도
지구는 멸망하지 않고
또 지나가겠지만
정말로 낼 아홉시
눈앞에서 운석이
처박히면 어쩌지 하며 괜히 걱정하고
잊을만하면 갑자기 생각나선
내 맘을 뒤흔들고 아무렇지 않게 사라지는 게
지금은 어렴풋이 남아있는
과거의 추억들만 같아서 자꾸 널 떠올리게 돼
그렇게 금방 사라질 줄 모르고
함께 있는 걸 당연하다 여겼죠
사실은 아직도 사진 속의 그댄
그 속에만 존재한단 감각이 없어서
운명의 장난은 참 어이없게도
갑작스레 둘 사이의 종말을 고했고
세상에 정말로 종말이라도
온것처럼 주저앉았어
온 세상을 향해 저주라도 하듯
네가 사라진 도시 위에 악을 쓰면서
차라리 모두 부서져 버리라고
억지도 부려보고
또 세상을 향해 아무리 외쳐도
이미 사라진 그댄 돌아오지 않아서
어째서 너희들은 행복한 거야?
거리에 외쳐봐도, 이제는…
내게 견딜 수 없는 종말이 찾아온 것 같았어
다음날 저녁 아홉시가 지났고
역시 운석은 보이지도 않았죠
어느 샌가 나도 무던해져버려
그다지 세상을 미워하진 않게 됐고
당신이 존재한 흔적이 사라진
가슴 속의 구멍을 메울 순 없겠지만
“살아가 주세요”
너의 그 말을 가슴 속에 새겨놓고서
분명 앞으로도, 오늘처럼 네가
그리워질 때가 다시 찾아오겠지만
견뎌낼 거라고, 온 힘을 다해서
네가 그렇게 사랑했던 세계 위에서
삶의 종말이 찾아올 때까지 살아가 보일게
다시 그때처럼, 함께한 날처럼
가슴 뜨겁게 타오를 순 없다고 해도
아주 오래 지난 뒤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